석면은 어떤 단일물질을 일컫는 광물학적인 이름이 아니라, 화학적 구성이 다르더라도 섬유구조를 갖고 있는 일군(一群)의 물질을 의미한다. 석면은 높은 섬유성을 지닌 규산화합물로서 길고 가는 섬유로 쉽게 나누어지고, 물리적으로 강인하며 화학적으로 불활성이어서 산과 알칼리에 강하며, 전기절연성이 뛰어나고 열과 추위에 잘 견딘다. 또한 깃털 같은 감촉과 비단 같은 광택을 지니고 있으며, 유리섬유와 거의 맞먹을 정도로 강철보다 강하다. 불에 타지 않고 부식되지도 않으며, 다른 물질의 침투를 막아 산업적·상업적 가치는 매우 크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석면은‘기적의 물질’, ‘마법의 물질’로도 불리게 되었다.
석면은 사문석(蛇紋石, serpentine) 계열과 각섬석(角閃石, amphibole) 계열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어느 계열이든 규소, 수소, 마그네슘, 철, 산소, 칼슘, 나트륨 등의 원소로 구성되어 있고 조성은 석면이 생성된 모암(母岩)과 동일하다. 석면의 기본구조는 Mg5Si4O10(OH)8이다. 사문석 계열에는 백석면(chrysotile)만 있으며, 각섬석 계열에는 청석면(crocidolite), 갈석면(amosite), 투각섬석(tremolite), 양기석(actinolite), 직섬석(anthopylite) 등이 포함된다.
사문석을 모암으로 하는 백석면과 여러 가지 각섬석계 석면의 차이점은 주된 성분인 규소와 산소의 결합방식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백석면은 꼬인 형태를 하고 있는데, 이것은 곧고 강직한 형태를 갖는 각섬석 계열의 석면보다도 발암성 등 생체에 대한 독성이 적다. 생체에 대한 독성은 청석면이 가장 크고, 다음으로 갈석면, 백석면 순이다. 석면은 종류에 따라 발암성의 크기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모두 발암성이 있다. 백석면은 품질이나 생산량 면에서 다른 것보다 매우 뛰어나다. 비단 같은 광택이 있고, 섬유는 극히 가늘어서 직물을 짤 때 방사성(紡絲性, spinnability)이 좋고 전기절연성이 높다. 갈석면은 백석면과 비교해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생산·소비량이 낮다. 청석면은 백석면보다 섬유가 짧고 단단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섬유의 강도와 내산성이 백석면보다 뛰어나다. 하지만 청석면은 강한 독성으로 인해 가장 일찍 사용이 금지되었다.
석면의 유해성은 크게 세 가지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
첫째는 석면의 양으로, 흡입되는 양이 많을수록 유해하다.
둘째는 석면의 크기와 모양이다. 분진의 크기와 모양은 폐의 어느 부위에 침착할지를 결정하고, 또한 대식세포에 의해 제거될 수 있는 가능성이나 손상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을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지름과 길이의 비가 1:3 이상이면서 5 ㎛ 이상인 석면이 유해하다.
마지막으로 석면이 인체 내에서 분해되지 않는 내구성이 석면의 유해성을 결정한다. 내구성이 큰 석면일수록 몸 안에 계속 남아 있으면서 손상을 줄 가능성이 크다.
공기를 통해 흡입된 석면섬유는 대부분 객담과 함께 다시 몸 밖으로 배출되지만, 폐에 침착된 석면섬유의 경우 인체는 두 종류의 생물학적 방어기전을 가진다.
첫째, 기관 및 기관지에 밀집된 섬모가 일종의 에스컬레이터 역할을 해 석면섬유를 객담이나 점액 속으로 밀어 올려 기침과 함께 몸 밖으로 내보낸다. 미세한 석면섬유는 이 방법으로 대부분 제거된다.
둘째, 대식세포(macrophage)가 접근해 석면섬유를 포식한다. 석면섬유의 길이가 5~8 ㎛인 경우는 세포 내로 집어삼킨 뒤 효소를 분비해 이것을 녹이려고 한다. 8 ㎛ 이상인 경우에는 하나의 대식세포가 석면을 모두 감싸서 제거하기가 어려워 한 개의 석면섬유에 몇 개의 대식세포가 달라붙지만 석면은 대식세포가 분비하는 효소에 파괴되지 않고 석면섬유를 감싸는 과정에서 대식세포가 손상을 입어 죽게 된다. 대식세포가 죽으면 석면섬유와 혈액단백질이 콜로이드 반응을 일으켜 점액질의 다당류와 원형질 내의 헤모시아닌(hemocyanin)으로 덮인 석면소체(石綿小體, asbestos body)가 생긴다. 석면소체의 색은 황색에서 갈색이고, 모양은 양 끝이 둥근 막대모양인 것과 곤봉처럼 생긴 것이 많다. 길이는 약 5~70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