렙토스피라증에 감염된 경우 나타나는 증상들은 발병 제1기와 제2기로 구분되는 이상성 경과를 보이게 됩니다.
렙토스피라 균에 감염되어 발병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잠복기라고 하며, 전형적으로 3일에서 14일입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3-14일 후 발병하게 되며, 28일 이후에 발병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아주 많은 양의 균이 혈액 내로 침입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24시간 이내에 발병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렙토스피라 균이 오염된 물에 노출되는 경우, 발병시기는 오염된 물에 존재하는 다른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경우보다 빠른 편입니다. 렙토스피라 균은 하나가 두 개로 분열하고, 두 개가 네 개로 분열하면서 자라기 때문입니다.
발병시기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인자는 노출되는 동안 체내에 접종되는 렙토스피라 균의 양이며, 초기에 많은 양의 렙토스피라 균이 접종될수록 혈액 내로 들어가는 균수도 많으므로 발병이 빠르게 됩니다.
발병 초기증상은 갑자기 심한 두통과 눈이 충혈되고, 근육통, 피로감, 구토와 메스꺼움과 함께 39도 이상의 고열로 시작합니다. 때로는 핀으로 찌른 것과 같은 피부발진이 나타나며, 어린이들은 지치거나 괴로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한 두통은 거의 항상 나타나며, 꼼짝달싹 못할 정도일 때도 있습니다. 구역질이 나며, 구토증상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근육통증은 매우 심할 수 있으며, 만지거나 움직일 때마다 아프고, 특히 종아리 근육과 등에 심하게 나타납니다.
흔히 발병 첫 이삼일 동안 맥박이 빠른 양상을 보이며, 피부발진이 첫날 혹은 둘째 날 나타날 수 있고, 종종 환자가 덥다고 호소하기 전에 피부는 덥고 핑크색을 띠게 됩니다. 발진은 환자의 약 30%에서 관찰되며, 몸의 어느 부위에서나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일부 환자들에서는 다리의 앞부분에 국한되는 양상을 보이며, 발진은 가려움을 수반하기도 합니다. 환자들은 기분이 저하되거나 정신이 혼미하거나 때로는 난폭해지는 정신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발병 제1기는 3일에서 5일간 지속되며, 그 이후 환자는 일시적으로 회복되는 양상을 보입니다. 발병 제1기 동안 렙토스피라 균이 혈액속에 존재하므로 이 시기를 패혈증기라고 부르며, 혈액 검사를 통하여 균을 검출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증 감염에서는 발병 제2기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감염이 심한 경우는 발병 제1기 후 2∼3일간의 회복양상을 보이다가 다시 초기 증상들과 발열이 발생하며, 가슴과 배가 아프고, 정신변화 등이 발생합니다. 종종 수막염 증상이 발생하여 목이 경직되고 구토 증상을 보이기도 하며, 목이 아프거나 기침증상과 약간의 혈담을 보일 수 있습니다.
경증의 경우에는 대부분 2∼3주 후에 회복됩니다. 제2기 동안 렙토스피라 균은 조직에만 존재하므로 혈액에서 검출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병독성이 높은 렙토스피라 혈청형에 감염되거나,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들은 병의 진행이 매우 빠르고, 중간에 잠깐 회복되는 기간 없이 초기부터 심한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증상은 경증 환자에서 보이는 것과 같지만, 보다 심하고 여러 장기가 손상되어 간과 신장의 부전증이 10일 이내에 발생하며, 황달이 생기고 치료되지 않는 경우에는 사망하게 됩니다.
출혈증상이 흔하여 입과 눈 그리고 점막에 출혈소견이 나타나며, 심장염을 일으키고 내장의 출혈이 동반할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혈액투석이 필요한 경우가 있으며, 항생제 치료와 입원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사망은 주로 심장, 간, 호흡부전에 의하여 유발되는데, 중증 감염은 소위 황달형 렙토스피라증으로 불리며, 일명 웨일씨 병이라고 명명됩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일부 국가들에서는 특징적으로 전체 환자의 약 반수에서 호흡기 증상 및 객혈증상을 보이는데, 이는 원인균인 렙토스피라 혈청형의 특성에 의한 것으로 생각되며, 초기에 대량 폐출혈을 동반하는 경우 호흡부전으로 진행하여 급격히 사망할 수 있습니다.
경증감염 환자들은 빠르게 회복되며, 2∼3주 후에는 전반적으로 증상이 회복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환자들은 피로감과 기분저하가 한동안 있을 수 있습니다.
중증감염의 경우에는 장기의 손상으로 회복하는 데 수 주가 걸립니다. 일부 환자들은 장기손상이 완전히 복구되지 않을 수도 있으며, 기분변화의 기복이 심하거나 우울증, 정신병 등이 회복 후 2-3개월 동안 흔히 나타날 수 있습니다.
생존한 환자들은 감염을 유발하였던 렙토스피라 균의 혈청형과 또 그와 밀접히 관련된 혈청형들에 대하여 어느 정도 면역을 갖게 되지만, 여전히 다른 혈청형들에 의하여 감염될 수 있습니다,
사람에서 면역은 10년 이상 지속되는데, 재감염이 되는 경우 렙토스피라 균에 대한 자가면역 반응이 매우 소수의 환자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보다 환자들의 주된 문제는 거의 치료가 불가능해지는 지속적인 감염이 발생하였을 때입니다.
지속적 렙토스피라 감염증은 환자가 급성 감염에서 회복된 후 면역이 생기면서 혈액과 일반적인 장기들에서 렙토스피라 균은 제거되지만, 체내 특정 부위에 남아있으면서 다소 장기적으로 건강상태에 영향을 주는 경우입니다.
지속적인 감염증은 환자가 다른 사람들에게 감염을 전파하지 않는 점에서 보균자와 구별됩니다. 사람에서 지속적인 렙토스피라 감염증은 이전에 여겨졌던 것보다 훨씬 흔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인지되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감염에서 나타나는 증상은 환자 개인에 따라 정도가 매우 다양하고, 어떤 경우에는 꼼짝달싹 못할 정도로 심하지만 미미한 경우도 있습니다. 주요 증상들을 빈도순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지속적인 감염이 발생하는 원인은 조직손상과 렙토스피라 균의 지속적인 존재, 두 가지 요소입니다.
급성감염 동안 렙토스피라 균의 독소와 혈액공급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신체장기의 손상을 일으킵니다. 이것은 세균 자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며, 장기의 기능에 장기적인 변화를 유발하는데 간과 신장기능의 장애가 이에 속합니다. 신체장기의 손상은 심하지 않으며,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아물게 됩니다.
체내에서 면역시스템이 활발히 작용하지 않는 부위에서 렙토스피라 균은 죽지 않고 존속하게 되는데, 주로 혈액이 직접적으로 공급되지 않는 부위로서 안구의 유체, 뇌와 신경 조직의 구조들이 이에 속합니다.
렙토스피라 균이 신체에 들어오면 정상적으로는 균에 대하여 항체가 생성되고 백혈구들과 항체들이 2∼3일 이내에 렙토스피라 균을 죽이지만, 안구의 유체, 뇌와 신경조직에서는 항체나 백혈구의 공급이 감소되어 있어 렙토스피라 균은 활성화된 면역계로부터 보호됩니다.
증상은 이러한 부위에 국한되어 나타나는데, 정확히 얼마동안 이 장소들에 존속하는지에 대하여 직접적인 증거는 부족하지만, 수개월에서 수년으로 보고 있습니다.
렙토스피라 균은 비록 정도는 적으나 독소를 유출하여 조직의 경한 염증을 유발하거나 조직의 활성을 손상시키는데, 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 감염부위에 백혈구들이 모여들게 되면, 면역반응이 필요 이상으로 심해지면서 자신의 조직을 다른 조직으로 인식하게 되는 자가면역 반응이 시작하게 되는 것입니다.
지속적인 감염을 가지는 환자들은 자가면역 반응이 활성화됨에 따라 예측하지 못한 심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흔하며, 특히 눈에서 자주 발생하는데 이것은 말에서 재발성으로 발생하는 포도막염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지속적인 감염의 치료는 현재까지 특별한 것이 없으며, 최근에 면역학적인 치료프로그램 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들에서 증상을 치료하는 지지요법을 시행합니다.
충분한 영양섭취를 하게하고 진통제를 사용하여 통증을 경감시켜 주며, 반복적인 항생제 치료는 회복속도를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균을 죽이더라도 장기적인 조직손상은 자연치유과정을 거치면서 아물게 되며, 수년이 소요되거나 심한 감염증의 경우 어느 정도 영구적인 손상이 불가피하게 됩니다.
렙토스피라 감염 후에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들은 지속적인 감염의 가능성에 대하여 의사와 상의하여야 하며, 필요시에는 감염전문가 혹은 자가면역질환 전문의에게 의뢰하는 것이 좋습니다. 때로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 증상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경감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