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환경호르몬이 사람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서는 논란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불확실성은 환경호르몬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서라기 보다는 환경호르몬의 건강영향을 사람을 대상으로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매우 힘들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환경호르몬은 반드시 용량이 높다고 더 해로운 것이 아니고 단독 화학물질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하는 개별 화학물질들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인체에서 정확히 규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원인을 명확히 알 수 없는 다양한 질환들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러한 다양한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하는 화학물질들의 복합작용으로 인한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환경호르몬의 경우 “위험하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 위험이 없다는 증거는 아니다”라는 사전주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환경호르몬의 노출을 피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잘 알려진 몇 가지 생활습관이 있습니다. 플라스틱 용기를 가열하지 마라, 랩을 사용하여 전자레인지에 넣지 마라, 컵라면이나 일회용 용기에 뜨거운 물이나 음식을 넣지 마라, 통조림을 피해라, 세제와 목욕제품 사용을 줄여라, 실내공기를 깨끗이 해라 등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친환경적인 생활습관 자체는 바람직하며, 이러한 생활습관을 통하여 몇몇 특정 환경호르몬의 노출은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으로 환경호르몬의 노출로 인한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음식, 공기, 물에는 이미 다양한 화학물질들이 혼합체의 형태로 오염되어 존재하고 그 외에도 일상생활 속에서 각종 화학물질들에 끊임없이 노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미 인체의 지방조직 내에는 상당량의 환경호르몬들이 축적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한 두 가지 특정 화학물질을 피하고자 하는 노력보다는 좀 더 포괄적인 관점에서 환경호르몬의 노출을 줄여볼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화학물질들 중에서도 특히 지용성이 높으면서 먹이사슬을 통하여 농축되는 특성이 있는 종류들이 환경호르몬으로서 문제점이 더 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먹이사슬의 상층부를 차지하고 있는 지방이 많은 동물성 식품을 피하는 것은 지용성이 높은 다양한 환경호르몬들의 노출을 전반적으로 낮춰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체내에 들어와 축적된 환경호르몬들의 배출을 가능한 한 증가시키기 위한 노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러한 화학물질의 배출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흰쌀보다는 식이섬유가 풍부하게 함유된 현미로 주식을 바꾸고, 가공식품보다는 자연식품을 선택하며, 다양한 색깔을 가진 채소와 과일, 콩 등의 섭취를 늘리면서 적절한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시면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