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에 필요한 기능을 적시적소에서 수행한 후에는 조속히 분해되어 체외로 대사되는 내부 호르몬과는 달리 많은 환경호르몬들은 부적절한 시점에 부적절한 용량으로 존재함으로써 인체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 인체의 내분비 시스템은 매우 정교하면서도 복잡하므로 내분비계가 영향을 받을 때 아주 다양한 건강상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환경호르몬들이 생식기계, 갑상선, 시상하부 또는 뇌하수체 등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생식기관의 발생 및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보고는 수십 년 전부터 이미 있어 왔다. 많은 환경호르몬들이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작용을 하거나 항에스트로겐 작용을 하고 이중 생식기는 이러한 환경호르몬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장기이다. 비정상적인 생식기관의 발생 및 발달의 예로는 정자수의 감소, 수컷 생식기 크기의 감소, 수컷 생식기의 암컷화, 생식행동 이상, 수정률 감소, 개체수 감소 등이 있다.
한편 인간에 대한 영향에 대하여서는 1970년대 유산방지제로 사용된 합성 에스트로겐인 Diethylstilbestrol(DES)을 중심으로 보고되었다. DES를 복용한 임산부가 출산한 2세들에서 남아의 경우 정자수의 감소, 정자 운동성 감소, 기형 정자의 발생증가, 생식기 기형, 정소암, 전립선 질환, 기타 생식과 관련된 조직의 이상들이 발견되었고, 여아의 경우 유방과 생식기관의 암, 자궁내막증, 자궁섬유종, 유방의 섬유세포질환 등이 보고된 바 있다.
사람에 대한 영향이 분명하게 확인된 DES와 달리 다른 에스트로겐 합성화학물질의 인체영향에 대한 연구결과는 아직 논란이 많다. 이러한 결과는 사람에서 환경호르몬의 건강영향을 타당성 있게 평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즉, 앞서 기술했던 비선형적인 용량-반응관계나 복합체의 특성들로 인하여 개별 환경호르몬들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인체에서 정확히 밝혀낸다는 것은 매우 힘들다. 현재까지 설명되지 않는 남성의 정자수 감소와 전립선암, 고환암, 유방암의 증가추세, 불임과 성조숙증의 증가 등은 다양한 환경호르몬의 복합작용으로 인한 결과일 가능성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화학물질에 대한 환경 중 노출이 비만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비만을 야기할 수 있는 화학물질에는 유기염소계 농약, PCBs, 다이옥신, 불소화합물, 브롬화 방염제, 비스페놀 A, 올가노틴, 중금속류 등으로 매우 다양한 화학물질들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러한 화학물질이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하여 비만을 일으킨다.
화학물질과 비만간의 관련성에 있어서는 농도가 매우 중요한데 고농도로 노출되면 오히려 체중이 감소하고 저농도로 노출이 되어야만 체중이 증가한다. 여기서 저농도 노출이 의미하는 정확한 농도는 화학물질의 종류에 따라 다양하나 사람들이 환경 내에서 노출되는 정도, 즉 노출허용기준 이내의 농도를 저농도라고 할 수 있다.
환경호르몬에 대한 노출로 인하여 제2형 당뇨병, 이상지혈증, 갑상선질환 등과 같은 다양한 대사질환의 발생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들도 보고되고 있다. 특히 많은 환경호르몬들이 지방조직에 저장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 비만과 관련되어 있다고 알려진 많은 질병들의 발생과정에 이러한 환경호르몬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체의 내분비계는 신경계와 면역계와도 밀접한 상호관계가 있기 때문에 내분비계에 혼란을 초래하는 화학물질들은 간접적으로 면역계와 신경계에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소아발달장애, 퇴행성뇌질환, 암, 면역질환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