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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환경호르몬

특성

화학물질들이 환경호르몬으로 작용을 하여 인체에 유해성을 보이게 될 경우 기존의 유해화학물질들이 보이는 독성과는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그림. 환경호르몬과 화학물질의 유해성 비교). 화학물질의 독성은 노출수준이 높으면 높을수록 독성이 높아지는 “선형적인 용량-반응관계”를 보이지만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하게 되면 반드시 노출수준이 높다고 더 유해성이 커지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관련성을 “비선형적인 용량-반응관계”라고 한다.

환경호르몬과 화학물질의 유해성 비교

이러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환경호르몬에 의한 인체영향이 화학물질이 가진 직접적인 독성 때문이 아니라 인체 내부에 존재하는 호르몬들과 상호작용의 결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우리 인체의 호르몬들은 그 수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세포가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다. 낮은 농도 범위에서는 조금만 올라가면 민감하게 반응을 하나 어느 정도 이상 올라가면 세포가 더 이상 반응을 하지 않거나 오히려 반응이 낮아지는 현상을 보인다. 이와 유사하게 인체에서 호르몬과 상호작용을 하여 여러 가지 생물학적인 반응을 야기하는 환경호르몬들도 비선형적인 용량-반응관계를 보이게 된다.

현재 모든 화학물질의 노출허용기준은 화학물질의 용량은 높으면 높을수록 해롭다는 전제를 가지고 만들어지고 있다. 즉, 고농도에서 수행된 동물실험에서 나온 결과를 이용하여 사람들이 노출되는 정도의 저농도에서는 그 영향이 어느 정도일 것이라고 수학적으로 추정하여 개별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허용기준을 결정한다. 그러나 화학물질들이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하게 되면 현재 노출허용기준 이하의 저농도에서 오히려 반응을 보이다가 농도가 증가하면 반응을 보이지 않게 된다. 또한 단독 화학물질이 아닌 다양한 환경호르몬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수많은 화학물질의 복합체에 노출되면서 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환경호르몬들 간에는 매우 복잡한 상호작용이 있다. 예를 들어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결합하는 환경호르몬의 경우 하나의 화학물질이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한 정도에 불과하나 이러한 화학물질들이 몇 가지 혼합된 상태로 노출되면 수용체에 미치는 영향이 급격하게 증가할 수 있다. 혹은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미치는 영향이 큰 어떤 화학물질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정반대의 작용을 할 수 있는 다른 화학물질들이 동시에 존재한다면 최종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예측하기가 힘들다. 즉, 환경호르몬에 복합적으로 노출될 때 인체에서 그 최종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환경호르몬은 내부 호르몬과 상호작용을 하게 되므로 내부 호르몬의 상태에 따라 그로 인한 영향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동일한 노출 농도에서도 태아, 영아, 유아, 청소년, 성인에서 다른 반응을 보이게 되고, 성별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이게 된다. 특히 태아기 혹은 출생 후 초기 발달과정 중에 노출되는 환경호르몬들은 지극히 낮은 농도에서도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그로 인한 문제 중 상당수는 성인이 되어서야 발생한다. 그 외에도 환경호르몬으로 인한 영향은 세대를 거쳐서 후대 자손들에게 전달될 수가 있다는 특성이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는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허용기준은 비선형적인 용량-반응관계를 포함하여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하는 화학물질들의 다양한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만들어진 것이다. 즉, 환경호르몬의 관점에서 볼 때, 화학물질의 노출농도가 허용기준 이내이므로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

작성 및 감수 : 보건복지부_대한의학회_대한직업환경의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