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조직의 각 세포들 사이에는 조직액이라는 황색을 띄는 투명한 액체가 존재합니다. 이 조직액은 세포 사이에 머물다 압력 차에 의하여 림프관 (lymphatic vessel)으로 모이게 되고, 혈액이 혈관을 통하여 순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림프관을 통하여 전신을 순환합니다. 이렇게 림프관을 통하여 순환하는 액체를 림프, 혹은 림프액이라고 합니다. 이전에는 한자어의 음을 빌려 임파 (淋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림프액이 흐르는 림프관의 군데군데마다에는 혈액세포의 한 종류인 림프구(lymphocyte)가 마디가 져서 모여 있는 림프절(lymph node)들이 있습니다. 림프절은 생체 내에 들어오거나 발생한 이물질이 림프액에 존재하는지를 확인하는 거름망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염증이 있을 때 턱 아래나 양 사타구니 부위에서 만져지는 덩어리가 좋은 예입니다. 절(節; 마디)의 형태는 아니지만 림프액의 순환 과정에서 림프절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비장, 편도 등은 림프 조직이라고 합니다. 림프계 (lymphatic system)란 이와 같은 림프액, 림프관, 림프절, 그리고 림프 조직 등 림프와 관련된 신체의 여러 부위를 통틀어 일컫는 단어입니다.
림프계는 크게 3가지의 기능을 합니다. 첫째로 조직에 남은 여분의 조직액을 제거하는 기능, 둘째로 소화된 지방 성분을 혈관까지 운반하는 기능,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신체에서 유래하지 않은 이물질(세균이나 바이러스 등)로부터 몸을 방어하는 면역 기능입니다.
림프종이란 림프계에 주로 분포하는 림프구가 암성 변화를 하여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따라서 림프구가 밀집된 림프절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합니다. 하지만 림프계의 림프구는 혈관계의 혈액세포와 마찬가지로 쉽게 전신을 두루 순환하므로, 림프종의 발생은 신체의 어느 부위에서도 가능합니다. 실제 림프절 병변 이외에도 위장관의 모든 부위를 비롯하여 폐, 간, 심장, 신장 등 신체의 모든 부위에서 림프종이 발생합니다.
대장암이나 폐암과 같이 특정 장기에 생기는 암의 경우, 발생 초기에는 해당 장기 표면 아주 작은 부분에 암세포가 발생하고, 이것이 점차 성장하면서 장기 내부로 파고 들고, 나중에는 암세포가 주변의 림프관 및 혈관을 침범, 림프계와 혈관계를 타고 전신으로 퍼지게 됩니다. 이에 반하여 림프종은 림프계에서 발생하는 종양이므로, 암세포가 어느 부위에서 발생하던지 림프계를 통하여 전신으로 순환할 소지가 있습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림프종은 특정 장기에 발생하는 고형암이 아닌 혈액암의 한 종류로 분류합니다.
림프종이란 혈액세포 백혈구의 한 종류인 림프구 세포가 정상적인 림프구에서 암세포 림프구 (악성림프구)로 변하여 발생하는 혈액암의 한 종류입니다. 림프종이란 용어는 좁게는 림프구에 문제가 생긴 암, 즉 림프계 종양이 덩어리의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를 일컬을 때 사용합니다. 같은 림프계 종양이 덩어리의 형태가 아닌 골수와 말초혈액에 주로 분포하는 경우는 발생 단계에 따라 림프모구성백혈병(lymphoblastic leukemia) 혹은 림프구성백혈병(lymphocytic leukemia)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어떤 경우는 덩어리 형태의 림프계 종양과 백혈병 형태의 림프계 종양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는 백혈병/림프종(leukemia/lymphoma)이라고 동시에 부릅니다.
악성 림프종은 다시 많은 아형으로 나뉘며 각각에 따라 특징, 치료법, 예후 등이 매우 다양합니다. 림프종은 우선 크게 호지킨 림프종(Hodgkin's disease)과 비호지킨 림프종 (non-Hodgkin's lymphoma)으로 나뉩니다. 호지킨림프종은 우리 나라에서는 비교적 드물어 전체 림프종의 4% 내외를 차지하며 국내 림프종 환자의 대다수는 비호지킨 림프종에 해당합니다.
정상 림프구는 크게 B세포와 T세포 계열로 나뉘며 이에 따라 림프종 역시 유래된 림프구의 종류에 따라 B세포와T세포(및 NK세포) 림프종으로 크게 분류합니다. 또한 림프구가 증식하고 성숙하게 되는 단계에 따라 전구세포 (주어진 역할을 하도록 무르익지 않은 세포) 유래 림프종과 성숙세포 유래 림프종으로 나뉘기도 합니다. 전구세포에서 기원하는 림프종은 급성 백혈병과 유사한 질환군으로 종양의 성장이 빠르므로 고강도 항암화학요법을 신속히 시행해야 하는 매우 빠른 속도의 림프종 (highly aggressive lymphoma)로 분류됩니다. 이에 비하여 성숙세포 림프종은 비교적 신속히 자라는 빠른 속도의 림프종 (aggressive lymphoma)과 오랜 시간에 걸쳐 완만히 성장하는 느린 속도의 림프종 (indolent lymphoma)로 크게 분류됩니다.
광범위큰B세포림프종은 모든 비호지킨 림프종의 약 40% 내외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유형의 림프종입니다. 성숙세포 유래 림프종이지만 치료하지 않을 경우 대부분 빠르게 진행하는 빠른 속도의 림프종입니다. 림프절 병변 외에도 위장관, 골수, 유방, 신장, 난소 및 고환 등의 여러 림프절 외 병변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뇌와 척수 신경계에 발생하는 원발중추신경계 광범위큰B세포림프종의 경우 특수한 치료 전략이 필요합니다.
2011년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1년도에는 총 218,017건의 새로운 암 발생이 등록되었는데, 이 중 4,626 건 (호지킨 림프종 259건, 비호지킨 림프종 4,367건)이 림프종이었습니다. 전체 림프종 환자의 약 40% 내외가 광범위큰B세포림프종임을 감안할 때 국내에서는 해마다 1700 ~1800명 정도의 새로운 광범위큰B세포림프종 환자가 발생함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남자와 여자 각각에서 림프종은 발생이 가장 흔한 10대 암에 해당하지 않았지만 남녀를 통틀어서는 비호지킨 림프종이 열 번째로 흔한 발생분율을 보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