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신을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합니다. 대부분의 원인은 특별한 문제가 되지 않지만, 때로는 심각한 원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실신한 경우 꼭 의사의 진찰이 필요합니다. 실신은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는 미주신경성 실신처럼 생명에 지장이 없는 원인도 있고, 부정맥이나 심부전 등 생명을 위협하는 심장병이 원인인 경우도 있지만, 약 40%는 원인을 알 수 없습니다. 다행히 이런 원인 미상의 실신도 대부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흔한 실신의 원인은 미주신경성 실신입니다. 미주신경은 12개의 뇌신경 중 10번째 신경의 이름으로,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에서 부교감신경계를 조절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자세 변화나 감정 변화와 같은 자극이 있을 때 우리 몸의 교감신경계라고 하는 위기대처 시스템이 작동을 합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상대적으로 부교감신경계인 미주신경이 활성화되면 실신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를 미주신경성 실신이라고 합니다.
미주신경성 실신의 형태는 여러 가지로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중고등학생 시절 조회 시간에 교장 선생님의 훈시를 오래 듣다가 갑자기 쓰러지는 친구들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오래 서 있는 것 자체가 실신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피로하거나 직사광선을 쪼여서 탈수가 생기면 더 잘 일어납니다. 이러한 경우 시원한 곳에서 잠시 쉬게 해주면 금방 회복이 됩니다. 오래 서 있으면, 심장으로 돌아오는 혈액의 양이 감소하면서 심장에서 다시 나가는 혈액의 양이 감소하고, 동시에 뇌로 가는 혈액의 양도 줄어들면서 미주신경성 실신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 보통 사람들은 갑자기 일어나거나 자세를 바꾸어도 반사적으로 심장에서 나가는 피의 양이 많아져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않지만, 평소 운동량이 부족하거나 하체의 근육이 적거나 다이어트를 과도하게 했거나, 수분 섭취가 부족한 경우 심장에서 뇌로 가는 피의 양을 일정하게 유지하지 못해 실신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미주신경 실신 중에는 혈관억제 실신이 있습니다. 주로 젊은 사람에게 나타나는데 갑작스럽게 놀라는 경우 혈관이 확장되고 혈압이 떨어지는 것을 극복하지 못해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갑자기 붉은 피를 보거나 사고와 같은 강한 감정적 자극에 노출되면 혈관이 확장되어 심장으로 들어가는 피가 줄어드는데, 이를 극복하지 못해 혈압이 일시적으로 떨어져 실신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목동맥팽대 실신이라는 어려운 용어의 실신도 미주신경이 과도하게 자극되어 발생합니다. 와이셔츠나 신부님들이 입는 옷처럼 목이 꽉 쪼이는 옷을 입은 채로 고개를 돌릴 때 주로 생깁니다. 목 부위의 부교감신경총을 자극해 갑자기 맥박수가 감소하고 혈압이 떨어지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주로 남자들에게 일어나는 배뇨실신도 있습니다. 방광에 소변이 가득차면 반사적으로 혈관 수축이 일어나는데, 이때 소변을 보면서 갑자기 방광을 비우면 혈관 확장이 일어나 혈압이 떨어지기 때문에 실신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술을 많이 마시거나 배고플 때, 과로할 때 생길 수 있습니다.
기침 실신이나 발살바 실신도 미주신경성 실신의 일종입니다. 기침 실신은 호흡기 질환 등에 의해 지속적으로 기침을 하다가 실신하는 것을 말합니다. 발살바 실신은 대변 시 힘주기, 무거운 물건 들기, 역도와 같이 계속 힘을 주는 경기, 트럼펫 연주와 같이 계속 숨을 참고 힘을 주는 행위를 할 경우 부교감신경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맥박, 혈압이 떨어지면서 실신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흔한 실신의 원인 중에는 기립성 저혈압(체위 저혈압)이 있습니다. 누워있거나 쪼그려 앉은 상태에서 갑자기 일어날 때 어지럼증을 느끼는 현상을 말합니다. 갑자기 체위를 바꾸면 하지(다리)와 내장으로부터 심장 내로 들어오는 혈액의 양이 줄어들어 심장에서 다시 나가는 혈액의 양도 줄어들게 됩니다. 이 때 우리 몸의 교감 신경계가 적절하게 반응하지 못하여 발생하는 것이 기립성 저혈압입니다. 주로 노인들에게 흔하게 발생하고 자율신경에 영향을 주는 질환인 당뇨병, 알코올의존증과 같은 병을 갖고 있는 경우, 탈수가 있는 경우 흔하게 일어납니다.
실신의 원인 중에 심각한 것은 심장의 혈액이 잘 뿜어져 전신으로 피가 흘러야 하는데 이 펌프작용에 장애가 생겨서 실신이 일어나는 경우입니다. 심한 대동맥판 협착증이 있거나 부정맥이 있거나 허혈성 심장질환이 있으면 운동을 하거나 심리적으로 불안한 경우처럼 산소가 많이 필요한 상황에서 심장이 충분한 펌프작용으로 피를 내보내지를 못해서 실신이 일어납니다. 이런 원인은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원인이므로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와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실신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엄밀한 의미의 실신이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히스테리 실신입니다. 이 경우는 갑자기 쓰러지고 의식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맥박수, 혈압, 피부색에 변화가 없고 간질증상도 없지만 심리적인 문제가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또 실신으로 2차적인 이득(실신했을 때 변화할 수 있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잘 상담하고 평가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