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잡음이 들리면 반드시 심장병이나 다른 병이 있다.”고 하면서 보호자나 심지어 의사도 과도하게 걱정을 합니다. 보호자는 여러 병원에서 심초음파를 권하는 말을 듣기도 하며, 실제 여러 번 심초음파검사를 합니다. 심잡음이 들리는 경우 심장병이 있을 확률은 10명 중 1~2명뿐입니다. 대부분의 정상 생리적 심잡음은 기능성 심잡음이라고 하는데, 소리가 작고 자세나 위치에 따라 들렸다 안 들렸다 합니다.
심잡음이 들리는 경우, 대부분은 가벼운 병이거나 정상일 경우가 많습니다. 대개의 경우 소아심장전문의는 심잡음 청취만으로도 대부분 병적인 것과 정상 생리적인 것을 구별하여 고가인 심초음파검사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물론 보호자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심초음파검사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초음파검사는 아주 정밀한 검사이므로 한 번만 시행하여도 아주 신뢰성이 높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심잡음이 심장병 진단의 중요한 실마리인 것은 분명하지만, 심장병의 중한 정도와 심잡음의 크기는 비례하지 않습니다. 심잡음이 크다면 중한 심장병일 것이라고 미리 단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휘파람을 불 때 입술 사이를 작게 하여야 소리가 들리듯, 심실사이(중격)막에 구멍이 있을 경우 소리가 작을수록 결손의 구멍은 큽니다. 구멍이 크다면 정도가 중한 심장병이지만 심잡음은 작게 들리게 됩니다.
큰 심잡음이 들리는 전형적인 예는 작은 심실사이막(중격) 결손과 폐동맥판협착증이 있습니다. 심실중격결손증은 결손이 작을수록 우심실과 좌심실 간의 압력 차이가 커지고 심잡음이 크게 들립니다. 결손 부위의 위치가 좋으면 수술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작지만 위치가 좋지 못한 경우 수술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이런 판단도 심초음파를 통하여 할 수 있습니다. 심하지 않은 폐동맥판협착증도 심잡음은 크게 들려 일반 보호자들은 걱정을 많이 하지만, 전혀 증세가 없고 심하지 않으면 치료가 필요하지 않으며 정상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심잡음이 없으면 심장병이 아니라는 그릇된 생각은 종종 의사와 환자에게 엄청나게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심잡음에만 중점을 두면 심잡음이 들리지 않는 심각한 선천성 또는 후천성 심장병에서 치료의 적절한 시기를 놓치는 불행한 경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선천성 심장병 중에서 심잡음이 들리지 않는 심각한 병들이 있습니다. 선천성 심장병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완전대혈관전위, 폐동맥판막폐쇄, 대동맥단절 또는 심한 축착 등이 있습니다.
심잡음이 들리지 않는 후천성 심장병은 심근염과 가와사끼병에 의한 관골의 확장이 있습니다.
심근염은 바이러스에 의하여 발생하며, 바이러스에 의한 감기 또는 설사가 있으면서 어떤 아이에게는 심장 자체 근육의 이상이 발생하여 혈액을 보내는 펌프 기능이 갑자기 떨어져 좋지 못한 경과를 나타내게 됩니다. 감기 같은 것을 앓는 듯하다가 갑자기 힘들어하여 병원에 한 번 갔다가 곧 사경을 해매는 상태가 되는 경과를 보이기도 합니다. 괜찮던 아이가 급격하게 악화되고 심잡음도 들리지 않기 때문에 의사들도 초기 진단이 힘듭니다. 증세가 나타난 후 비로소 심각성을 알게 되는데, 이때는 중한 상태이고 치료하여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와사끼병이란 5일 이상 열이 나면서 2-3주 후 심장에서 나가는 동맥 중 가장 중요한 심장 자체에게 혈액을 공급하는 관골을 늘어나게 하는 질병입니다. 가와사끼병은 눈이 빨갛게 충혈되고, 입술이 갈라지고 혀가 딸기 모양으로 되고, 손가락과 발가락이 붓고 빨갛게 되고, 피부에 발진이 생기기도 하며, 목의 임파선이 붓기도 합니다. 그러나 급성기가 끝난 다음 관골이 늘어나 확장되는 합병증이 생기며, 이것은 잘 낫지 않고 오래 갑니다. 현재 치료법은 확립되어 있습니다.
종종 나이가 든 사람, 심지어 노인에게도 발견되는 선천성 심장병은 심방사이막(중격)결손입니다. 나이가 들어 발견되는 경우 증상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숨이 차거나 맥이 고르지 않는 것입니다. 이런 증상은 어릴 때 수술하였더라면 피할 수 있었습니다. 청색증까지 생기면 수술의 적기가 지나 수술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나이 들어 수술한 경우, 대부분 경과가 좋지만 부정맥이 지속하거나 수술 후 부정맥이 생기기도 합니다. 최근 의학의 발달로 인하여 수술뿐 아니라 기구를 사용하여 막을 수 있습니다. 최근에 시작하여 장기적인 결과를 관찰하여야 하지만 현재 많이 시술되고 있으며 의료보험에서도 곧 인정하려는 추세입니다. 수술 적기를 지나 수술을 하지 못하는 경우는 폐동맥고혈압이 심하여 청색증까지 나타나는 경우인데, 예전에는 수술을 하지 못하였지만 최근 폐동맥고혈압 약제들의 발달로 약물 치료 후 수술이 가능한 예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물론 장기적인 추적 결과를 지켜봐야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에게도 발견되지만 서양인에서 많은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경우 선천성 심장병이지만 노인이 되어 증세가 나타납니다. 대동맥판막이 정상인은 세 장이지만, 이 경우 두 장이어서 나이가 들면 대동맥판이 두꺼워지고 잘 열리지 않게 됩니다.
따라서 선천성 심장병이라도 나이가 들어 진단되는 경우가 결코 적지 않습니다.
선천성 심장병을 성공적으로 수술한 경우에도 심잡음이 계속 들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선천성 심장병은 수술 또는 시술을 받은 후에도 심잡음이 평생 들릴 수 있습니다.
특별히 활로4징 수술 후, 결손 부위가 높은 심실중격 결손 수술 후, 폐동맥판막협착에 대한 수술 또는 풍선 판막 확장술 후, 대동맥 판막 협착에 대한 수술 또는 풍선판막확장술 후, 동종이식 판막을 이용한 수술 후 등에서 심잡음이 잘 들립니다.
심장수술이 만족스러워도 심잡음이 들리므로 심장 수술한 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이나 학교 신체검사에서 종종 이상 소견이 있는 사람으로 분류되어 걱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간혹 심장의 구멍을 인공천으로 막은 경우 인공천과 결손 사이에 작은 구멍이 남아 있어 심잡음이 들리기도 하고, 판막 협착증의 경우 시술이나 수술을 하여 심장의 부담을 떨어뜨리더라도 판막 자체가 정상이 아니므로 약간의 협착이 남아 있어 심잡음이 들리기도 합니다. 팔로씨4징의 경우 폐동맥륜이 작은 경우 넓혀 놓기 때문에 문짝은 변하지 않았는데 문만 넓힌 경우처럼 폐동맥판막 폐쇄부전이 있어 확장기 심잡음이 들릴 수 있고, 이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이상과 같이 여러 가지 이유로서 심잡음이 계속 들릴 수 있으니 공연한 걱정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드물게 혈역학적으로 의미있는 심잡음이 있을 수도 있으니 전문의의 진찰과 심초음파검사로서 구별하여야 합니다.
심장병에 대한 수술을 받은 후 심잡음이 크게 들리면 우선 심초음파검사를 시행하여 원인을 규명하여야 합니다. 심초음파검사를 포함한 심장검사에서 의미가 있는 특별한 후유증이나 합병증이 없다면 심잡음 자체만 신경을 과도하게 쓰지 말아야 합니다. 이러한 선천성 심장병 수술 후의 심잡음은 수술한 부위로 혈류가 통과할 때에 발생하는 와류로 인한 잡음이므로 계속 들리게 되며 심각하지 않으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선천성 심장병으로 사망하는 사람 대부분이 1세 내에 사망하고 나이가 어릴수록 사망률이 높습니다. 따라서 증상이 있는 심장병 환아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경제발전, 의료보험, 사회자선단체의 활동으로 인하여 심장병 치료의 경제적 부담이 가벼워졌습니다. 대부분 선천성 심장병의 진단이 이루어지고, 돌전에 수술을 하게 됩니다. 염색체 이상이 있는 경우라도 거의 심장수술을 하고 있습니다. 진단과 수술시기가 늦어져서 나중에는 수술할 수 없는 폐동맥고혈압도 현재 많이 줄었습니다. 그러나 진단이 항상 일찍 가능한 것은 아니며, 여러 가지 요인으로 나중에 알게 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심장 수술은 결손 부위를 막고 좁은 곳은 넓히고 막힌 것은 뚫는 것이며, 2개의 심실을 사용할 수 없는 일부 복잡 심장병은 하나의 심실만을 사용하는 특별한 수술을 합니다. 현재 국내에서 거의 모든 선천성 심장병은 수술이 가능해졌으며, 일부 심장병을 제외하면 심장병 환자도 정상 수명까지 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