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빛의 대변을 보이는 경우는 소화관 출혈에 의한 흑변 이외에도 여러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빈혈약인 철분 제제를 복용하는 경우 대변이 검은 색으로 나올 수 있으며, 소화성 궤양 약제로 사용되는 비스무스(bismuth) 제제를 복용하는 경우에도 검은 대변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약물에 의한 검은 변은 소화관 출혈에 의한 흑변의 자장면처럼 검고 약간 반질거리는 듯하면서 고약한 냄새가 나는 양상과는 다소 다른 특징을 보입니다. 즉, 철분 제제에 의한 검은 변은 반질거리는 듯한 느낌이 없고 어두운 녹색 느낌이 있습니다. 비스무스 제제에 의한 검은 변은 고약한 냄새를 동반하지 않습니다. 한편, 동물의 피를 날 것으로 또는 요리하여 섭취한 경우에도 흑변 양상을 보일 수 있으므로 주의를 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검은 대변을 본 경우에는 흑변의 가능성 이외에도 이와 같이 다른 가능성은 없는지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치질(치핵, hemorrhoid)은 혈변의 원인 질환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모든 치질이 출혈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치질이 있는 환자에서 대장암 등 다른 질환이 동반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따라서 치질이 있는 환자가 반복적으로 혈변을 보일 경우에는 치질로부터의 혈변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곤란하며, 대장암 등 다른 중대한 질환이 동반되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40-50대 이상의 중장년 및 노인 환자들은 반드시 대장내시경 등의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혈변 및 흑변의 원인 진단을 위해 중요한 검사는 상부위장관내시경 및 대장내시경 검사입니다. 그런데, 이들 검사는 모두 금식을 한 상태에서 시행하는 것이 진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대량 출혈의 경우 시행하게 되는 혈관조영술 및 색전술도 금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할 경우 구역, 구토 및 흡인성 폐렴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활력징후가 불안정한 대량 출혈 환자에서는 내시경 검사를 비롯한 응급 검사와 처치를 하기 위해 반드시 금식을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면, 활력징후가 안정되어 있어 소량 출혈 및 출혈 속도가 느리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금식해야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검사를 앞두고는 금식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혈변이나 흑변이 발생하면 혈변이나 흑변의 양, 횟수 등을 파악하고 활력징후 등을 평가하여 출혈양 및 출혈 속도 등을 추정합니다. 대량 출혈이면서 출혈 속도가 빠르다고 판단되면, 응급 검사 및 수혈 등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혈변이나 흑변의 양, 횟수 및 활력징후 등을 평가하는 이외에도 피검사를 통해 출혈이 얼마나 되었는지를 함께 평가해야 보다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출혈 지속 여부를 짐작하는데 피검사가 유용합니다. 한편, 피검사를 위해 채취하는 혈액양은 매우 적은 양이므로 환자의 혈액양을 심하게 감소시키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너무 잦은 피검사를 할 필요는 없으나, 환자의 진단 및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데 도움을 얻기 위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간격으로 피검사를 시행하는 것은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