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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건강정보

혈변 및 흑변(성인)

진단 및 검사

1. 활력징후 평가

혈변이나 흑변이 발생한 경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심장박동수 및 혈압 등의 활력징후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짧은 시간 동안 대량 출혈한 경우에는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혈압이 떨어지게 되는데 이런 경우에는 즉각적인 수액 공급 및 수혈 등 응급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출혈양이 다소 적은 경우에는 가만히 앉아 있거나 누워 있을 때의 혈압이나 심장박동수는 정상이지만 갑자기 일어섰을 때 심장박동수가 증가하면서 혈압이 떨어지는 기립성 저혈압을 보입니다. 출혈 속도가 매우 느리고 출혈양이 적을 경우에는 심장박동수나 혈압과 같은 활력징후의 변화가 없습니다. 이와 같이 심장박동수 및 혈압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함으로써 출혈양을 짐작하고 응급치료 시행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2. 출혈 위치 추정

혈변이나 흑변의 출혈 위치를 추정하는 것은 원인 병변을 진단하기 위해 상부위장관내시경을 먼저 시행할지 대장내시경이나 구불결장경 등의 하부위장관내시경을 먼저 시행할지 결정하는데 유용합니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위나 십이지장 등의 상부위장관에서 출혈한 경우에는 혈액이 소장, 대장을 거쳐 항문으로 배출되기까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므로 흑변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대장에서의 출혈은 혈변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므로, 흑변은 상부위장관에서의 출혈을, 혈변은 대장을 비롯한 하부위장관에서의 출혈을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한편, 상부위장관 출혈인 경우에는 혈액에 의해 위장관 운동이 항진되면서 장음이 증가하게 됩니다. 따라서, 흑변 환자에서 복부 청진을 통해 항진된 장음을 확인한다면 상부위장관 출혈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부위장관 출혈의 양이 매우 많고 출혈 속도가 빠른 경우에는 다량의 혈액이 빠른 속도로 소장 및 대장을 통과하여 항문으로 배출되면서 혈변의 양상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약 10%의 상부위장관 출혈은 이와 같이 혈변으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이런 대량 출혈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심장박동수가 증가하고 혈압이 떨어지는 활력징후의 변화를 동반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따라서, 혈변이더라도 활력징후가 불안정한 경우에는 상부위장관 출혈일 가능성을 생각해야 합니다.

소장 병변으로부터의 출혈은 혈변 및 흑변의 두 가지 양상을 모두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증상으로 소장 출혈을 처음부터 추정하기는 쉽지 않으며, 상부위장관내시경과 대장내시경에서 출혈 원인을 찾지 못한 경우에 소장 출혈을 의심하게 됩니다.

3. 검사법

1) 상부위장관내시경

입으로 내시경을 삽입하여 식도, 위, 십이지장을 관찰하는 검사입니다. 위 안에 음식물이 없어야 잘 관찰할 수 있으므로 적어도 8시간 이상 금식 후 검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병변을 직접 눈으로 관찰할 수 있으며, 이상 소견이 있을 때 조직검사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출혈하고 있는 병변이나 출혈이 멈추었더라도 재출혈 가능성이 높은 병변에 대해 다양한 내시경 지혈술을 시행할 수도 있습니다.

2) 대장내시경

항문으로 내시경을 삽입하여 대장 전체와 소장의 끝부분까지를 관찰하는 검사입니다. 대장 안에 대변이 없어야 잘 관찰할 수 있으므로 금식한 상태에서 설사 유발하는 약제를 복용하여 대변을 완전히 없앤 후 검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상부위장관내시경과 마찬가지로 조직검사 및 내시경 지혈술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3) 구불결장경

항문으로 내시경을 삽입하여 항문에 가까운 대장의 일부분인 항문, 직장 및 구불결장까지를 관찰하는 검사로 대장의 정결상태가 좋으면 구불결장 위의 하행결장까지 관찰이 가능합니다. 항문 가까운 곳에 병변이 있다고 판단될 때 간단히 관장 후 시행할 수 있는 간편한 검사입니다.

4) 캡슐내시경

알약 크기 정도의 캡슐을 입으로 삼키면, 내시경 기능을 가진 캡슐이 식도, 위, 십이지장, 소장을 거쳐 내려가면서 장내 소견을 사진으로 찍게 되며, 이를 나중에 판독하는 검사입니다. 충분한 금식 후 검사하게 되는데, 긴 내시경을 삽입하는 것이 아니므로 환자의 불편감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상부위장관내시경이나 대장내시경과는 달리 의사가 직접 내시경을 조작하는 것이 아니므로 이상 소견이 있을 때 그 부분을 반복하여 자세히 관찰할 수 없고 조직검사도 할 수 없는 단점이 있어 상부위장관내시경이나 대장내시경으로 출혈부위를 찾지 못할 때 소장을 관찰하기 위해 시행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5) 소장조영술

입으로 조영제를 마신 후 조영제가 소장을 따라 내려가는 모양을 X-선 사진으로 찍어 소장 병변 여부를 확인하는 영상의학 검사입니다.

6) 풍선보조소장내시경(balloon assisted enteroscopy)

내시경 끝 부분에 풍선을 단 특수한 내시경으로 소장까지 깊이 삽입할 수 있으며, 소장 대부분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입 또는 항문으로 삽입하게 되며 상부위장관내시경이나 대장내시경과 같이 조직검사, 내시경 지혈술 등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2시간 전후의 긴 검사 시간이 소요되고 숙련된 내시경 의사가 필요해 흔히 시행하지는 않으며, 캡슐내시경으로 소장 병변을 발견하였는데 조직검사나 내시경 치료(용종절제술, 확장술, 지혈술 등)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주로 시행합니다. 2개의 풍선을 이용하는 이중풍선소장내시경(double balloon enteroscopy)과 1개의 풍선만 이용하는 단일풍선소장내시경(single balloon enteroscopy)의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7) 밀기소장내시경(push enteroscopy)

입으로 내시경을 삽입하여 밀어서 소장 근위부까지 관찰하는 검사입니다. 비교적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소장 검사이지만, 풍선보조소장내시경과는 달리 소장의 일부만 관찰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8) 혈관조영술

혈관 속으로 가느다란 관을 삽입한 후 관을 통해 조영제를 주입하여 혈관의 모양을 보는 검사입니다. 출혈하는 혈관이 있을 경우 조영제가 혈관 안에서 바깥으로 새어나가는 모습을 보이게 되므로 병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혈관조영술은 검사 당시 출혈하고 있어야 혈관 바깥으로 조영제가 새어나가는 것을 볼 수 있으므로 출혈양이 많고 지금 출혈이 지속되고 있는 경우에 검사를 시행합니다.

9) 적혈구스캔

혈액 성분인 적혈구에 방사선동위원소를 붙인 후 혈관내로 주입하고, 방사선동위원소를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를 이용하여 환자의 전신을 촬영하는 방법입니다. 혈관조영술처럼 출혈이 지속되고 있는 경우라면 방사선동위원소가 붙은 적혈구가 소화관 안으로 새어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병변의 위치를 파악합니다.

작성 및 감수 : 대한의학회_대한내과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