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중 어느 한 사람이 정신분열병 환자가 되면, 그 시점으로부터 모든 가정생활이 환자를 중심이 될 것입니다. 환자가 행여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을까 봐 모두들 말을 삼가고, 행동도 조심하게 됩니다. 환자의 행동이 눈에 거슬려도 웬만하면 꾹 참고 지나치려 하고, 친척들이나 친구들의 방문도 사절하며 심지어는 집안의 혼사나 회갑 잔치, 그 밖의 중대사도 환자 때문에 취소되거나 연기되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그 결과, 다른 식구들은 방관자가 되거나 소외감, 심지어는 환자에 대한 적대감을 갖게 되는 수가 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환자의 발병이 계기가 되어, 이전에는 서로 반목하고 갈등이 심하던 식구들이 오히려 단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든 식구들이 이 엄청난 사태, 위기 상황에 대처하느라고 서로 협력하고 자제하며, 더 이상의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고 조심합니다. 나아가 부부간의 갈등, 고부간의 갈등 등 예전부터 있어 왔던 집안 내의 모든 크고 작은 문제들이 휴전 상태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이런 모든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가족들 간의 솔직한, 그리고 직접적인 의사소통입니다. 서로 간에 환자에 대한 감정을 솔직히 표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하며, 그들의 입장과 고통도 충분히 이해하면서 동시에 협조를 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는 병원을 형제들이 직접 방문해 보고, 주치의의 면담을 통해 환자의 입장을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정신분열병은 환자만의 문제가 아닌 온 가족의 문제입니다. 가장 어려운 때일수록 서로서로를 확인하고 챙겨주며, 위로하고 협조해 나가는 큰 지혜가 필요합니다. 가족들은 특히 환자가 치료를 지속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챙겨주는 역할을 해야 하며 환자들이 증상으로 인해 치료를 거부할 경우 적극적으로 전문적 도움을 요청하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