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황하거나 화가 나는 상황에서도 얼굴이 약간 달아오를 수 있습니다. 운동이나 사우나를 하고 나면 체온이 올라가므로 과도한 열을 발산하기 위해 혈관이 확장되면서 홍조가 발생합니다. 마찬가지로 뜨거운 음료를 마실 때에도 구강 내 혈액 온도가 올라가면서 안면홍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뜨거운 커피를 마실 때 나타나는 홍조도 카페인 성분보다는 뜨거운 온도 때문에 발생합니다. 이러한 안면홍조는 마치 더울 때 땀이 나는 것처럼 생리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며 병적인 것이 아닙니다.
안면홍조는 폐경 후 여성이 흔히 경험하는 증상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폐경 후 안면홍조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2010년 연구에 따르면, 폐경 전후 여성의 42%가 안면홍조를 경험하고, 폐경 후 5년 이내인 여성에서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연구에서 폐경 후 안면홍조가 지속되는 기간은 평균 1.5년이었으며, 안면홍조가 있는 여성의 25% 가량은 5년 정도 더 장기간 지속되기도 합니다. 폐경 후 안면홍조가 왜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서 체온 조절 기능에 장애가 생겨 중심 체온이 조금만 올라가도 혈관 확장이 일어나 안면홍조와 땀이 나게 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약제도 안면홍조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고혈압약제인 칼슘 통로 차단제, 고지혈증에 사용하는 니코틴산, 발기부전 치료제인 실데나필, 유방암 재발 억제에 사용하는 타목시펜, 전립선암치료제인 류프렐리드나 부세레린, 골다공증 치료제인 랄록시펜과 바제독시펜, 항염증제인 경구 트리암시놀론, 파킨슨병에 사용하는 브로모크립틴과 같은 약물은 안면홍조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일부 고혈압 약제(칼슘통로 차단제)나 발기부전 치료제(실데나필)는 그 자체가 혈관을 확장시키기 때문에 안면홍조를 유발할 수 있고, 고지혈증약(니코틴산)은 히스타민 분비를 증가시켜 안면홍조를 유발합니다. 전립선 치료제(부세레린)는 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하여 안면홍조를 유발합니다.
아시아인 중 일부는 적은 양의 음주에도 심한 홍조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알코올을 체내에서 분해하는 과정에서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물질이 만들어지게 되는데, 증가된 아세트알데히드가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을 방출하여 혈관을 확장시키기 때문으로 추측됩니다.
맵거나 신 음식이 안면홍조를 유발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미각홍조라고도 합니다. 미각홍조는 보통 얼굴 한쪽에 나타납니다. 우리가 MSG라고 부르는 글루탐산모노나트륨이 안면홍조를 유발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MSG를 먹고 안면홍조가 발생하는 것 같다 하더라도 고추나 다른 종류의 향신료, 아질산염, 아황산염과 같은 식품첨가물, 알코올과 같은 다른 성분이나 음식의 높은 온도가 안면홍조를 일으키는 것이 아닌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유암종은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다량 분비하는 종양입니다. 이 종양은 보통 위나 장에 발생하고 간혹 폐에 발생하기도 합니다. 유암종증후군은 유암종으로 인해 안면홍조, 설사, 복통, 천식발작, 심장판막질환이 발생하는 것을 말하며 유암종 환자의 약 10%에서 유암종증후군을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암종증후군에서 안면홍조가 발생하는 것은 종양에서 분비되는 타키키닌, 브라디키닌, 히스타민, 칼시토닌유전자관련펩티드 등에 의해 혈관이 확장되면서 일어나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개측두신경증후군은 미각이나 촉각과 같은 자극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여 얼굴 한쪽 또는 양쪽으로 땀이 나고 안면홍조가 발생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증후군의 원인은 성인의 경우 귀밑샘(이하선)의 수술이나 손상, 감염에 의한 것이 가장 흔하고, 얼굴에 대상포진이 발생한 경우에도 이와 유사한 증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고환 절제나 황체형성 호르몬분비인자 작용제 치료로 혈중 남성호르몬 농도가 떨어진 남성의 50% 이상에서 안면홍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남성호르몬이 감소하면 뇌하수체가 체온을 적절하게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 경우 발생하는 대부분의 열성홍조는 경미한 편이며, 특별히 치료를 하지 않더라도 견딜 만한 수준으로 나타납니다.
어떠한 원인으로든 홍조가 지속되면 주사(딸기코)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주사는 얼굴의 중앙부위, 특히 코 주변부나 뺨, 턱, 이마와 같이 돌출한 부분에 주로 발생하며, 홍반과 구진, 고름물집, 반복적인 홍조, 모세혈관확장이 함께 동반합니다. 주사(딸기코)는 열이나 햇빛과 같은 자극에 의해 혈관 주위의 조직이 변하여 혈관이 확장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