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유산의 원인으로 알려진 인자들은 매우 다양합니다. 염색체 이상, 내분비계 이상, 면역학적 요인, 해부학적 요인, 감염, 기타 환경적 요소 등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 중 임신 초기에 발생되는 자연유산의 대부분은 태아의 염색체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연유산의 80% 이상은 임신 12주 이내에 발생하는데, 이 시기에는 최소한 50% 정도는 염색체 이상이 원인입니다. 이러한 염색체 이상은 임신부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그 빈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보통염색체의 세 염색체증(autosomal trisomy)은 임신 제 1삼분기의 자연유산 원인 중 가장 흔합니다. 발생과정 중 염색체의 비분리에 의해 특정 염색체가 세 개가 되는 것입니다. 잘 알려진 다운 증후군은 21번 염색체가 세 개인 세염색체증입니다. 세 염색체증 다음으로 흔한 이상은 홑 염색체증(염색체 한 개가 없는 것)이며 터너증후군(45,XO)이 그 예입니다.
염색체의 구조적 이상은 흔히 습관성유산의 원인이 됩니다. 특히 부모 염색체의 균형전위가 염색체 이상으로 인한 자연유산의 가장 많은 원인이 되는데, 외국 연구에 의하면 반복적인 유산을 경험하는 부부의 약 4~5%에서 발견된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부모의 혈액을 채취하여 염색체 검사를 하면 알 수 있습니다.)
황체호르몬은 임신 시 난소(임신황체)와 태반에서 분비됩니다. 황체 또는 태반에서의 황체호르몬 분비가 원활하지 않으면 유산의 위험성이 증가합니다.
갑상샘기능저하증이나 갑상샘기능항진증은 임신율의 저하나 유산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특히 요오드 결핍은 유산과 연관될 수 있습니다.
인슐린의존성 당뇨병이 있는 경우 자연유산과 주요 선천성 기형이 모두 증가하며 그 위험도는 임신초기의 혈당조절 정도에 의해 좌우됩니다. 그러나 수태 후 빠른 시간 내에 혈당조절이 잘 된다면 유산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습관성 유산의 원인 규명에서 면역학적 이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면역학적 이상은 자가면역요인과 동종면역요인으로 나눕니다.
자가면역이란 자신의 조직에 대한 면역반응으로서 습관성 유산 환자의 약 15%가 자가면역요인에 포함됩니다. 자가면역요인에서 가장 중요한 항체는 항인지질항체인데 여기에는 루프스항응고인자와 항카디오리핀 항체 등이 포함됩니다. 정상 임신부에서는 1~3%에서만이 이러한 항체가 존재하는데, 습관성 유산 환자에서는 항체의 빈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루푸스항응고인자는 혈액응고 과정을 방해하여 임상적으로 태반혈전증 또는 태반 경색증을 유발하여 유산을 일으킵니다.
동종면역이란 동종, 즉 타인(남편)에 대한 면역반응으로서 최근 습관성 유산의 주요 원인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자연유산과 관련될 수 있는 미생물로는 사이토메갈로 바이러스, 톡소플라즈마,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 단순포진바이러스, 파보바이러스, 풍진, 사람면역결핍 바이러스, 마이코플라즈마, 클라미디아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미생물과 자연유산과의 명확한 인과관계는 아직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일반 여성에서 자궁경부와 자궁체부의 해부학적 이상의 빈도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반복유산 환자에서는 약 12~16% 정도로 추정됩니다. 해부학적 이상으로는 선천적으로 발생한 자궁기형과, 후천적으로 발생한 해부학적 이상으로 자궁근종, 자궁내막 유착, 자궁내막증, 자궁경부 무력증 등이 있습니다.
자궁의 발생과정 동안에 형성이상 또는 융합이상에 의해 자궁기형이 초래될 수 있습니다. 임신부가 호르몬 제제의 일종인 DES(diethylstilbestrol)를 복용한 경우에도 태아의 자궁형성에 영향을 미쳐 자궁기형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일부 자궁기형이 유산과 관계되는데 특히 중격자궁과 쌍각자궁은 습관성 유산의 주요 원인이 됩니다. 중격자궁은 착상의 결함이나 태반형성의 문제, 자궁의 수축성 증가로 인해 유산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중격자궁과 관련된 유산 및 조산은 임신 제2삼분기 때(임신 4개월~7개월) 가장 흔히 발생됩니다.
자궁근종은 크기가 크더라도 일반적으로 유산과는 관련이 없으며, 크기 및 숫자보다는 근종의 위치가 더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점막하 자궁근종이 가장 흔한 유산의 원인이 됩니다.
대부분에서 자궁내막의 광범위한 소파술 이후에 발생하는데 착상 가능한 자궁내막이 감소함으로써 무월경 및 습관성 유산을 유발하게 됩니다. 자궁난관조영술에서 자궁내막의 결손 소견이 보이면 진단을 할 수 있습니다.
임신 중의 자궁경부는, 임신기간 동안의 수태물(태아, 태반, 양수)을 임신 말기 및 분만까지 자궁 내에 유지시킬 수 있는 능력이 유지되는데 이를 자궁경부 적격능력이라고 하고, 반면에 자궁경부의 구조나 기능에 결함이 있어서 이러한 역할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 자궁경부 무력증 혹은 자궁경부 부전증이라고 합니다.
정확한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자궁경부의 선천적인 이상, 임신 중 태아의 자궁 내 DES 약물 노출, 혹은 후천적인 원인으로 과거의 분만 및 유산과 관련된 자궁경부의 손상, 자궁경부 원추절제술 등의 수술과 관련된 외상 등이 있습니다.
다음 표는 임신 중 자궁경부가 짧아지는 원인들입니다. 물리적 요인, 자궁 용적이 늘어나거나 자궁경부의 손상 등 기존의 알려진 원인 이외에 질과 자궁내 감염에 의한 염증과 탈락막 출혈 등이 지속적인 화학적 변화를 일으켜서 임신 중 자궁경부가 짧아질 수 있습니다.
자궁경부 무력증인 경우에는 대개 임신 14~28주 사이에 자궁경부가 열리게 되는데, 전형적인 증상은 자궁경부가 4cm 이상 열리면서 급성으로 자궁수축이 오거나 양막이 파열됩니다. 그러나 대부분에서 임상적으로 전형적인 증상은 없으며 요통, 골반통, 배변감, 질 압박감, 생리통과 유사한 통증, 질출혈, 점액질 같은 질 분비물 등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자궁경부 무력증은 전형적인 증상이 없고, 비특이적인 증상으로 인해 진단이 늦어질 수 있습니다. 대부분 자궁수축을 동반하지 않으면서 자궁경부가 열린 경우, 양막 돌출을 보였던 과거병력이 있거나 임신 중 자궁경부의 초음파 검사소견으로 진단을 할 수 있습니다. 자궁경부 무력증의 진단기준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자궁경부 무력증의 유일한 치료방법은 수술적 치료인데, 자궁경부 원형결찰술(봉축술)로서 임신 12~16주 사이에 주로 시행됩니다. Shirodkar 수술법과 McDonald 수술법이 가장 널리 시술되고 있는 질식 자궁경부 원형결찰술입니다. 수술성공률은 75~90% 정도로 보고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