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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건강정보

알코올성 간질환

원인

1. 섭취한 알코올의 흡수 및 대사

우리가 술을 마시게 되면 그 속에 들어있는 알코올은 위와 소장에서 단순확산방식에 의해 흡수됩니다. 위에서는 소장에 비해 알코올 흡수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섭취한 알코올의 50~80%가 소장에서 흡수됩니다.

위장관에서의 알코올 흡수 속도는 식사 유무에 영향을 받아서 빈속에 술을 마신 경우보다는 식사를 한 후 술을 마실 때 알코올 흡수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혈중 알코올 농도 상승 속도도 느려지게 됩니다. 혈중 알코올 농도는 술을 마시고 20분 후에 최고치를 보입니다.

체내로 흡수된 알코올은 우리 몸의 여러 조직에 분포되는데, 조직에 분포되는 알코올의 양은 조직의 혈류량과 조직에 있는 수분의 양에 따라 달라집니다. 즉 뇌, 폐, 간처럼 혈관이 풍부한 조직에서는 알코올 농도가 금새 혈중 농도와 비슷하게 도달합니다.

또한, 알코올은 지방(fat)에는 잘 흡수되지 않으므로, 지방이 많은 사람의 경우 마른 사람에 비해 알코올이 분포할 수 있는 공간이 적어 단위 공간당 알코올 농도가 더 높아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두 사람이 체중 당 동일한 양의 술을 마셨다면 지방이 많은 사람에서 마른 사람보다 혈중 알코올이 더 높아집니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알코올성 간질환이 더 잘 생기는 이유도 여성이 남성에 비해 몸집이 작을 뿐 아니라, 체내 지방 함량이 더 높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혈중 알코올 중 극히 일부는 소변 및 호흡을 통해 대사되지 않은 상태로 배설되기도 하지만, 90% 이상은 간에서 산화대사 과정을 거쳐 물과 이산화탄소의 형태로 분해됩니다.

간세포 내에서 알코올은 알코올 탈수소효소 (alcohol dehydrogenase)와 마이크로솜 산화계(microsome ethanol oxidation system, MEOS)에 의해 아세트알데히드로 바뀌게 되며, 아세트알데히드는 다시 알데히드 탈수소효소(aldehyde dehydrogenase)에 의해 아세테이트로 대사된 후 다시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며, 일부는 지방산으로 전환된 후 중성지방의 형태로 간에 축적됩니다.

체내에서의 알코올 대사

간에서의 알코올 대사 속도는 개인마다 크게 다르지 않고 일정합니다. 보통 한 시간에 체중 kg 당 100 mg의 알코올을 대사하므로, 70 kg의 남성이 한 시간 동안 대사할 수 있는 알코올의 양은 8 g 정도로 소주 한잔에 해당됩니다.

알코올 대사 속도는 혈중 알코올 농도가 많이 상승한다고 더 빨라지지 않으며, 항상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그러므로 독한 술을 빨리 마시면 마실수록 그만큼 혈중 알코올 농도는 더욱 상승하게 됩니다.

술을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빨갛게 되고 심한 경우 두통, 빈맥, 구역질 등이 나타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대개 아세트알데히드를 아세테이트로 대사하는 효소인 알데히드 탈수소효소의 기능이 다른 사람에 비해 낮아서 술을 마시면 체내의 아세트알데히드가 빠른 속도로 축적되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술을 마시는 것이 너무 괴로워서 술을 피하게 되므로, 알코올성 간질환 등 술로 인한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서양인에 비해 동양인에서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의 비율이 적은 이유가 서양인에서는 알데히드 탈수소효소의 기능이 떨어져 있는 사람이 매우 드물지만 중국, 일본, 우리나라 등 동양 사람에서는 전체 인구의 30-50% 정도로 많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알데히드 탈수소효소 기능이 낮은 사람이 이런 힘든 증상을 무릎 쓰고 술을 계속 마시는 경우에는 알데히드 탈수소효소 기능이 정상적인 사람에 비해 적은 양의 술을 마셔도 간을 상하게 하는 아세트알데히드의 체내 농도가 높아지므로 알코올성 간질환이 더 잘 발생할 수 있습니다.

2. 흡수된 알코올은 어떻게 간을 손상시키는가?

술은 아세트알데히드의 간독성 이외에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간을 손상시킵니다. 술이 간을 손상시키는 대표적인 경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아세트알데히드의 작용

알코올이 알코올 탈수소효소에 의해 대사되어 생성되는 아세트알데히드는 대표적인 간독성 물질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세트알데히드는 반응성이 매우 강해서 간세포 내의 여러 기관과 결합하여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거나 형태를 변형시키고 세포막을 손상시킵니다. 또한 손상된 세포 내의 성분이 복구되는 것을 막고, 세포손상 물질을 만들도록 유도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간세포에 손상을 주게 됩니다.

2) 유리산소잔기의 형성

알코올을 분해하기 위해서는 산소가 필요합니다. 산소를 사용하여 알코올을 대사하면서 대단히 불안정한 물질인 유리산소잔기가 형성됩니다. 이러한 유리산소잔기는 주변의 단백질, 지질 및 DNA와 결합하여 간세포에 손상을 주게 됩니다.

3) 저산소증

위에서 말한 것처럼 알코올을 분해하기 위해서는 산소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만성적으로 음주를 하는 경우에는 간세포 속의 산소 소비가 증가하여 간세포 내의 저산소증이 발생합니다.

4) 사이토카인 효과

만성적으로 음주를 하게 되면 대장 혈관의 투과성이 증가되어 문맥을 통해 간으로 유입되는 내독소의 양이 증가합니다. 내독소란 박테리아의 세포벽에서 발견되는 물질로 그람 음성균의 리포다당체(lipopolysaccharide)를 말합니다.

이러한 내독소가 간에 들어오면 쿠퍼 세포(Kupffer cell)에 의해 탐식이 되면서 세포에서 염증물질들을 만들어내게 하여 간에서의 염증을 일으킵니다.

5) 지방축적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알데히드 탈수소효소에 의해 만들어진 아세테이트는 다시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거나, 지방산으로 전환된 후 중성지방의 형태로 간에 축적됩니다.

또한, 술을 마실 때 주로 기름기가 많은 안주를 함께 섭취하기 때문에 간내 지방의 축적은 더 심해지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알코올이 아세트알데히드로 대사되는 과정과 아세트알데히드가 아세테이트로 바뀌는 과정에서 NAD (nicotinamide adenine dinucleotide)가 NADH (nicotinamide adenine dinucleotide hydrogen)로 바뀌는 과정이 필요하므로 알코올 대사를 많이 하면 NADH도 증가하게 되는데, NADH가 증가하면 간세포에서 지방을 태워 없애는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간내 지방의 축적을 더 심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경로를 통해 간내 지방의 축적이 심해지면 지방간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간의 손상이 더 심해집니다.

6) 영양섭취 장애

알코올은 1 g당 7칼로리의 높은 열량을 내지만, 영양학적으로는 아무 쓸모없는 에너지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영양학적으로 쓸모가 없다고 하더라도, 열량을 섭취한 것이므로 술을 많이 마시면 밥을 별로 먹지 않아도 배고픈 것을 느끼지 않습니다.

앞에서 소주 한 병에는 57.6 g의 순알코올이 들어 있으므로 소주 한 병을 마시게 되면 400칼로리 이상을 섭취한 것이 됩니다. 쌀밥 한 공기의 열량이 340칼로리 정도임을 생각해보면 술을 많이 드시는 분들이 왜 식사를 별로 안 하시는지 쉽게 이해가 가실 것입니다.

술을 많이 마시면서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 영양공급에 장애가 발생하는데 이러한 영양섭취의 정도가 알코올성 간질환의 발생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만성 습관성 음주자에서 단백질 부족이 간질환의 심한 정도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가 금주를 하더라도 식이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면 간기능이 잘 회복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런 생각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음주와 영양부족이 간질환을 일으키는데 서로 상승작용을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영양섭취를 잘 해도 술을 너무 마시면, 간질환은 발생하게 됩니다.

3. 어떤 경우 알코올성 간질환이 더 잘 생길까?

1) 음주 습관

음주에 의한 간 손상 정도는 마시는 술의 종류와는 관련이 없으며, 얼마나 많은 알코올을 복용하였는가가 중요합니다. 즉 소주, 맥주, 포도주, 위스키 등 어떤 술을 마셨더라도, 마신 술에 들어있는 순수알코올의 양이 같다면 간 손상 정도도 같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1회 음주 시 60g 이상의 알코올을 섭취하는 경우 고위험음주로 정의합니다. 순알코올 60g이면 소주 한 병 정도에 해당됩니다. 1회 음주량뿐 아니라 술을 마시는 빈도도 중요합니다. 술을 매일같이 마시는 경우에는 간이 회복될 시간이 없기 때문에 가끔씩 많이 마시는 경우보다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2) 음주 기간

술을 마셔온 기간이 길수록 심각한 알코올성 간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높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음주 기간이 5년 미만인 환자에서는 간경변증이나 알코올성 간염으로 진행한 경우가 없었던 반면, 평균 21년간 과음해온 50명 중 50%는 이미 간경변증으로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3) 성별

여성이 남성에 비해 알코올성 간질환이 더 잘 발생하고, 동일한 양의 알코올을 섭취하더라도 더 심한 간질환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이유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몸집이 작을 뿐 아니라 체내 지방 함량이 더 높기 때문에 알코올이 분포할 수 있는 공간이 적어 단위공간 당 알코올의 농도가 더 높게 상승하기 때문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대장의 내독소 투과성을 높여 간 내에서의 염증반응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4) 유전적 영향

알코올성 간질환의 발생에 사람들마다의 유전적 차이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되나, 이에 관여하는 정확한 유전자의 위치가 어디인지는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부위는 알코올 대사에 관여하는 알코올 탈수소효소 및 알데히드 탈수소효소의 기능에 관여하는 유전자입니다. 알코올 탈수소효소의 기능이 증가되어 있거나 알데히드 탈수소효소의 기능이 떨어져 있으면, 간세포 내에 아세트알데히드가 빠르게 축적되어 남들보다 더 빨리 여러 불편한 증상을 느끼므로 이런 사람들은 대개 술을 많이 마시지 못하며, 결국 알코올성 간질환도 잘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이 술을 계속 마시게 되면, 아세트알데히드가 더 많이 만들어지고 이로 인한 간질환의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5) 기타 요인

지방섭취를 너무 많이 하는 경우나 비만, 고혈당이 있는 경우에도 알코올성 간질환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작성 및 감수 : 대한의학회_대한내과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