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구형적혈구증은 적혈구의 이상으로 인해 적혈구 수명이 단축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드문 혈액 질환입니다.
정상적인 적혈구는 수개월간 혈류를 따라 순환한 후에 새로운 적혈구로 대체되지만 유전구형적혈구증에서는 적혈구가 일찍 파괴됩니다. 또한 적혈구 세포막 내에 특정 지질의 부족으로 인해 동글한 모양을 갖게 되며 이로 인해 비장을 통과하기 힘들게 되어 쉽게 용혈이 일어납니다.
유전구형적혈구증은 적혈구막 골격 단백질의 분자적 결함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병이며, 특히 막 골격과 지질 이중층을 연결하는 스펙트린(spectrin), 앵키린(ankyrin), 밴드 3 단백질(band 3 protein), 단백질(protein) 4.2 등의 이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유전구형적혈구증의 증상들로는 심한 피로감과 황달, 유년기에서의 사춘기 지연 등이 있을 수 있으며 크기가 커진 비장에 의해 복부 불편감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일시적으로 골수의 조혈기능에 심각한 장애가 발생하는 골수무형성(無形成) 위기가 초래 될 수 있습니다. 골수무형성 위기의 가장 흔한 원인은 감염이며, 그 외에 임신이나 외상 등에 의해서도 골수무형성 위기가 악화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골수무형성 위기는 일시적인 적혈구 생산 장애를 일으키게 되며, 열, 두통, 복통, 식욕저하, 구토, 피곤감 등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드물지만 소아에게서 유전구형적혈구증은 간비대, 담석증, 다리 궤양 등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몇몇 경우에서는 손가락이나 발가락의 숫자 이상, 두개골 이상 등의 선천성 기형이 보고되기도 합니다.
말초혈액소견 상 정상 적혈구보다 작고 색이 진하며 중심부의 창백함이 없는 특징적인 구형적혈구와 다염성을 보이는 망상적혈구가 증가되어 있습니다. 또한 혈액 검사상 평균적혈구용적(MCV)은 대개 정상 혹은 약간 감소되어 있으며, 평균 적혈구 혈색소농도(MCHC)는 35g/dL 이상으로 증가되어 있게 됩니다. 혈색소치는 보통 6~10g/dL이지만 정상일 수도 있으며 망상적혈구의 증가(6~20%)가 관찰됩니다.
골수검사에서는 적혈구 조혈이 활성화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용혈의 증거로는 간접 빌리루빈 증가, 합토글로빈(haptoglobin) 감소, 그리고 담석을 들 수 있습니다.
삼투압 취약성 검사(osmotic fragility test)도 도움이 됩니다. 정상 적혈구는 충분한 세포막 표면적을 가지고 있으므로 생리학적 식염수의 거의 절반 농도인 0.4% NaCl에서도 생존하지만 구형적혈구는 그 이상의 농도에서도 최대로 팽창되어 용혈이 일어나게 됩니다.
조혈기능이 저하되었을 때마다 적혈구 수혈을 해야 합니다. 엽산부족이 동반될 수 있어 필요한 경우에는 엽산 투여(1mg/일)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일반적으로 비장을 절제하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법으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비장절제 후 수일 내 황달이 소실되며 적혈구의 결함과 이에 따른 형태학적 이상은 지속되어도 구형적혈구 수명은 정상의 80%까지 증가되므로 수주일 이내에 혈색수치와 그물적혈구 수가 정상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비장절제술은 적어도 만 5~9세까지 지연시키는 것이 좋으며 담석 발생의 빈도가 높은 10세 이전에 수술 받는 것이 권장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