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인지하는 색은 대상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색이 아니라, 대상이 부분적으로 흡수하고 부분적으로 반사하는 빛의 색입니다. 예를 들면 보라색은 430nm, 초록색은 520nm, 노란색은 575nm, 빨간색은 650nm 의 파장에서 나타납니다. 가시광선은 전자기파 스펙트럼의 한 부분으로 그 파장은 350~750 nm 에 걸쳐있습니다. 즉, 색은 가시광선 스펙트럼의 빛 파장의 조합에 의해 만들어지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색을 인지하는 사람의 색각은 주관적인 감각으로 대상에 고유한 물리적 특성 그 자체가 아니라 개개인이 자신의 눈과 뇌신경계를 통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따라서 같은 대상을 본다 하더라도 사람에 따라서 색에 대한 인식이 약간씩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차이는 일상생활에서 의사소통이나 정보교환에 문제가 없는 반면, 색에 대한 인식차이가 커 정상인과 다른 색각을 가지는 경우 이를 색각이상이라고 합니다. 색각이상의 특징은 어떤 색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거나 다른 색과 구별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색의 인식은 구체적으로 망막내의 시세포 중 하나인 원뿔세포(cone cell)의 기능이 좌우합니다. 원뿔세포는 빛을 감지하여 그 자극을 신경신호로 바꾸어줍니다. 이 원뿔세포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빛 파장의 영역이 종류에 따라 다르며(분광민감도) 이것은 각 원뿔세포가 가지는 고유한 특성입니다. 분광민감도에 따라 세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긴 파장에 민감한 원뿔세포(long wavelength-sensitive cone; 570~590nm), 중간 파장에 민감한 원뿔세포(medium wavelength-sensitive cone; 535~550nm), 그리고 짧은 파장에 민감한 원뿔세포(short wavelength-sensitive cone; 440~450nm) 등입니다.
그리고 각각은 그 파장이 반영하는 색깔에 따라 적색원뿔세포(red cone), 녹색원뿔세포(green cone), 청색원뿔세포(blue cone)로 불리기도 합니다. 결국 이 세 가지 원뿔세포가 자극받는 비율에 따라 사람은 모든 색을 구별할 수 있게 되는데, 이것을 색각의 삼색설(Trichromatic theory)이라고 하며 적색, 녹색, 청색의 3원색을 배합하여 모든 색을 표현할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원뿔세포의 기능에 이상이 있을 때 바로 색각이상이 생기게 됩니다.
색각이상은 흔한 증상으로 전체 남자 인구의 약 5~8%에서 나타납니다. 서양에서는 남자가 8%, 여자가 0.5%가 색각이상이라고 하며, 국내에서는 전체 남자의 5.9%, 전체 여자의 0.4%가 색각이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색각이상 중에서는 일반적으로 녹색약(Deuteranomaly)이 가장 많아 전체 색각이상의 25~45%를 차지합니다. 그 다음으로 녹색맹(Deuteranopia), 적색맹(Protanopia), 적색약(Protanomaly)의 순서입니다. 하지만 이 세 가지의 빈도는 서로 비슷하여 각각 전체 남자인구 중 약 1%에 해당합니다. 제삼색각이상이나 완전색맹은 매우 드물어서 약 0.005%의 빈도를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