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는 “미생물에 의하여 만들어진 물질로서, 다른 미생물의 성장이나 생명을 막는 물질”을 말합니다. 그러나 항생제 중에는 미생물에서 유래하지 않고 합성된 것도 있으며, 처음 발견은 미생물에서 하였지만 인공적으로 합성된 약물, 또는 기존 항생제의 구조 중 일부를 변경하여 만든 반합성 약물 등이 있는데, 이러한 약물은 ‘항생제’보다는 ‘항균제’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 하겠습니다. 또한 세균 이외에 진균(곰팡이)이나 바이러스 등 미생물에 작용하는 약제는 항균제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으며, 이러한 약을 모두 포함시킨다면 ‘항미생물제제(antimicrobial agents)’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편의상 여기서는 세균에 작용하는 약제에 국한하여 ‘항생제’를 설명하겠습니다.
항생제는 작용기전 또는 항균 영역에 따라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항균 영역이란 항생제가 어떤 종류의 세균에 효과적인지를 의미합니다. 보통 세균을 크게 분류하면, 세균을 그람염색이라는 방법으로 염색을 했을 때 염색되는 색깔에 따라 그람 음성균 또는 그람 양성균으로 분류하고, 모양에 따라 막대 모양의 막대균, 공 모양의 알균으로 분류하며, 자라는 데 있어서 산소가 필요한 지 유무에 따라 호기성 세균, 혐기성 세균 등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실제 임상에서는 그람양성 알균과 그람음성 막대균이 가장 흔합니다. 그래서 항생제를 처방하는 의사들은 그람양성균에 효과적인 항생제, 그람음성균에 효과적인 항생제, 혐기성 세균에 효과적인 항생제 등으로 구분하여 항생제를 처방할 때 실용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항생제는 세균뿐만 아니라 인체 세포에도 해로울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아무리 좋은 항생제라 하더라도 인체 세포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면 치료제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항생제의 표적은 미생물에만 존재하거나 미생물의 성장 또는 증식에 필수적인 것이어야 하며, 인체 세포에는 없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렇게 미생물에만 영향을 주는 작용을 선택적 독성이라고 하며, 대표적인 예가 페니실린 같은 베타락탐계 항생제입니다. 베타락탐계 항생제는 인체 세포에는 없는 세포벽의 합성을 억제하기 때문에 안전하게 투여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항생제의 특징적인 작용기전과 그에 해당되는 대표적인 항생제 종류를 소개하겠습니다.
항생제의 작용기전에 따른 분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세균은 인체 세포에는 없는 세포벽이라는 구조로 둘러싸여 있어 인체 내의 삼투압보다 훨씬 높은 세균 내 압력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세균이 생존하는 데 필수적인 기능을 하는 세포벽의 각 합성단계에서 합성을 억제하게 되면 세균은 파괴됩니다. 세균의 세포벽 합성을 억제하는 항생제에는 베타락탐계 항생제(페니실린, 세팔로스포린 등)와 반코마이신 같은 항생제들이 포함됩니다.
세포벽 합성을 억제하는 항생제는 주로 증식 중인 세균에 대해서만 항균작용을 나타내게 됩니다. 그러나 세균 중에는 세포벽이 없는 마이코플라즈마(Mycoplasma) 등과 같은 세균이 있는데, 이와 같은 세균에는 세포벽 합성을 억제하는 항생제를 아무리 투여하여도 항균효과가 없으며, 인체 세포에도 세포벽이 없기 때문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세포막은 투과 장벽으로 선택적 능동수송을 수행함으로써 세포 내부의 구성물질을 조절하는데, 이러한 투과성이 변화되면 고분자 물질이나 이온들이 세포를 빠져나와 세포가 사멸됩니다. 세균과 진균의 세포막은 인체 세포의 세포막과 달라 선택적 화학요법이 가능합니다. 즉, 세포막에 작용하는 항생제는 세포막의 투과성을 변화시켜 세균으로 하여금 세포 내, 외부의 균형을 잃게 하여 사멸하게 합니다. 그러나 대량 투여시에는 인체 세포에 대해서도 독성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세포막 기능을 억제하는 약제로는 항진균제와 그람음성균에 작용하는 폴리믹신(polymyxin) 등이 있습니다. 항진균제로는 암포테리신(amphotericin B), 케토코나졸(ketoconazole), 플루코나졸(fluconazole), 이트라코나졸(itraconazole) 등이 대표적입니다.
세균이 증식하려면 필요한 단백이 세포질 내에서 합성되어야 합니다. 이 단백합성이 억제되면 세균은 증식할 수 없게 됩니다. 아미노글리코사이드(Aminoglycoside), 테트라사이클린(tetracycline), 마크로라이드(macrolide), 린코사마이드(lincosamide), 클로람페니콜(chloramphenicol) 등이 세균의 단백합성을 억제함으로써 항균작용을 나타냅니다. 인체 세포의 리보솜은 세균의 리보솜과 다른 구성을 하고 있어 상기 항생제의 영향을 적게 받게 됩니다.
핵산합성을 억제하는 항생제는 세균 증식에서 필요한 과정인 DNA의 전사 및 RNA 형성을 방해하여 항균작용을 나타냅니다. 항결핵제인 리팜핀(Rifampicin)은 DNA 의존성 RNA 중합효소와 결합하여 RNA 합성을 방해하는 것으로 항균작용을 나타냅니다. 내성 균주의 경우, 염색체 변이에 의하여 RNA 중합효소가 변화하여 리팜핀과 결합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 효소는 세균에 있는 것과 인체 세포에 있는 것이 서로 달라 인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세균의 DNA 복제 과정에는 이중나선이 갈라진 다음 각 가닥이 엉키는 과정을 방지하기 위하여 역행으로 틀게 하는 DNA gyrase라는 효소가 관여하는데, 퀴놀론계 항생제는 이 효소의 A subunit와 결합하여 세균 성장을 억제하게 됩니다.
핵산 합성의 중요한 전구물질인 엽산의 합성 억제에 관련되는 약물이 항생제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엽산은 DNA 합성에 관여하는 물질이지만 인체에서는 생합성되지 않아 외부로부터 음식에 포함되어 섭취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세균은 자체 내에서 생합성하여 사용하며 외부에서 생성된 엽산을 이용할 능력이 없습니다. 따라서 엽산합성에 관련되는 과정에 장애를 주는 약물은 인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세균에게는 지장을 주어 결과적으로 항균력을 보이게 됩니다. 술포아미드(Sulfonamide)와 트리메소프림(trimethoprim)을 병용하면 일련의 엽산합성 과정 중 각기 다른 단계에서 억제하는 작용으로 상승효과가 있습니다.
베타락탐계 항생제는 화학구조상 베타락탐 고리(β-lactam ring)를 기본 구조로 하는 항생제를 말합니다. 페니실린과 세팔로스포린이 베타락탐계의 가장 대표적인 항생제입니다. 그 외에 모노박탐(monobactam), 카바페넴(carbapenem)계 등의 약제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화학 구조식에 공통적으로 베타락탐 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세균 중에는 베타락탐 고리를 파괴할 수 있는 베타락탐 분해효소를 분비하여 이들 항생제에 내성을 나타낼 수 있는데, 베타락탐 분해효소를 억제할 수 있는 약제(베타락탐 분해효소 억제제)를 첨가하여 같이 사용하면 항생제 내성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이미 임상에서는 베타락탐계 항생제와 베타락탐 분해효소 억제제가 복합되어 있는 항생제가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페니실린은 처음 사용된 직후 그람양성균인 포도알균 감염증 치료에 아주 극적인 효과를 발휘하였으나, 사용이 증가하면서 포도알균이 페니실린 분해효소를 생산하여 페니실린에 내성을 나타내기 시작하였습니다. 페니실린 분해효소는 베타락탐 고리를 가수분해하여 항균력을 사라지게 합니다. 페니실린 분해효소를 생산하는 균주가 점차 증가하여, 결국 페니실린은 포도알균 감염증 치료에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1960년에는 페니실린 분해효소에 의하여 가수분해 되지 않는 페니실린인 메티실린(methicillin)이 개발되어, 페니실린 분해효소를 생산하는 포도알균 감염증을 치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부류의 항생제를 항포도알균 페니실린이라 하며, 여기에는 메티실린 이외에 옥사실린(oxacillin), 나프실린(nafcillin)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포도알균에서 생산하는 페니실린 분해효소에 의하여 가수분해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페니실린 분해효소를 생산하지 않는 그람양성 알균에 대하여는 페니실린 G의 항균력이 더 좋습니다.
페니실린 G는 그람양성 알균과 일부 그람음성 알균에만 항균력이 있고 그람음성 막대균에는 항균력이 없는데, 그 이유는 페니실린 G가 그람음성 막대균의 외막을 투과할 수가 없어 페니실린 결합단백(penicillin binding protein, PBP)과 결합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1961년에 개발된 암피실린(ampicillin)은 일부 그람음성 막대균의 외막을 투과하여 PBP와 결합하기 때문에 대장균, 살모넬라균 등을 비롯하여 일부 그람음성 막대균에 항균력이 있습니다. 이와 구조가 비슷한 아목시실린은, 항균력은 암피실린과 거의 같지만 위장관에서의 흡수가 잘 되어 경구 투여시 암피실린보다 높은 혈중 농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 후에 개발된 카르복시페니실린(carboxypenicillin)은 그람음성 막대균에 대한 항균력이 뛰어나 녹농균에까지 항균력이 있습니다. 이러한 카르복시페니실린과 항균 영역은 비슷하지만 항균력이 더 강력한 약제로는 유레이도페니실린(uredopenicillin), 피페라실린(piperacillin) 등이 포함됩니다. 카르복시페니실린과 유레이도페니실린을 합하여 ‘항녹농균 페니실린’이라고도 합니다.
세팔로스포린계 항생제는 항균영역 및 특징에 따라 1세대부터 4세대까지로 구분합니다. 세팔로스포린계 항생제는 현재 임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항생제 군으로, 개발되어 있는 항생제 숫자도 가장 많습니다. 세팔로스포린계 항생제의 세대 구분은 각 세대별 효과적인 항균영역에 차이가 있는 것이지 무조건 세대가 높아진다고 해서 강력한 항생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1세대 세팔로스포린은 그람양성균에 훨씬 더 효과적이며, 3세대 세팔로스포린은 그람음성균에 더 효과적입니다. 즉, 원인균의 종류에 따라서 선택하는 항생제의 종류가 달라지는 것이지 질환의 중증도가 높을수록 높은 세대의 항생제를 선택하는 것은 아닙니다.
1세대 세팔로스포린은 포도알균에서 생산되는 페니실린 분해효소에 의하여 베타락탐 고리가 가수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페니실린 분해효소를 생산하는 포도알균에 항균력이 있으며, 이외에도 장구균이나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MRSA)을 제외한 다른 그람양성 알균에도 항균력이 좋습니다. 그람음성 막대균 중에는 대장균, 살모넬라균, 이질균 등에 항균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헤모필루스(Haemophilus)를 비롯한 다른 그람음성 막대균에는 항균력이 없으며, 많은 혐기성 세균에도 항균력이 없습니다. 1세대에 속하는 세팔로스포린들은 약제에 따른 항균력의 차이가 거의 없으며, 이들은 혈중 반감기도 거의 같아 1시간 내외이지만, 세파졸린(cefazolin)만은 2시간 정도로 길기 때문에 다른 1세대 약제보다 혈중농도가 높게 유지되고 투여간격도 유리합니다. 수술창상 감염 예방을 위해 사용하는 예방적 항생제 선택시 피부 상재균인 포도알균에 효과가 좋은 1세대 세팔로스포린이 가장 적절한 항생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2세대 세팔로스포린은 우선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Haemophilus influenzae)에 항균력이 있으며, 그 외에는 약제에 따라 항균력에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1세대에 비하여 그람음성균에 대한 항균영역이 넓어졌으며, 혐기성 세균에 대해서도 항균력이 매우 좋습니다.
3세대 세팔로스포린도 약제에 따라 항균영역이 조금씩 다릅니다. 주로는 1, 2세대 세팔로스포린보다 그람음성균에 대한 항균력이 좋으며, 크게 녹농균에 항균력이 좋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녹농균에 항균력이 좋은 약제로는 세프타지딤(ceftazidime), 세포페라존(cefoperazone) 등이 있으며, 녹농균에 항균력은 약하지만 그람양성균에도 항균력이 좋은 약제로는 세포탁심(cefotaxime), 세프티족심(ceftizoxime) 및 세프트리악손(ceftriaxone) 등이 있습니다. 혈중 반감기도 약제에 따라 달라 세포탁심(cefotaxime)은 1시간 정도로 하루 4회 투여하여야 하지만, 세프트리악손(ceftriaxone)은 반감기가 약 8시간으로 하루 한 번 투여로 충분합니다.
4세대 세팔로스포린의 특징은 베타락탐 분해효소에 대한 안정성이 기존의 세팔로스포린에 비하여 매우 좋으며, 그람음성 막대균의 외막을 매우 빨리 투과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항균영역은 그람음성균에 대하여는 세프타지딤(ceftazidime) 정도의 항균력을, 그람양성균에 대하여는 세포탁심(cefotaxime) 정도의 항균력을 갖고 있습니다.
모노박탐은 베타락탐 고리 단독으로 구성된 약제로, 그람음성균에 대한 항균력이 매우 좋은 반면에, 그람양성균이나 혐기성 세균에는 항균력이 거의 없습니다. 또한 베타락탐 항생제에 과민반응을 보이는 환자에게 다른 베타락탐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은 교차 과민반응 때문에 위험성이 있지만, 모노박탐은 베타락탐 구조를 갖고 있으면서도 다른 베타락탐 항생제와 교차 과민반응을 갖지 않기 때문에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카바페넴(carbapenem)은 항균영역이 가장 넓은 항생제로 그람양성균, 그람음성균 및 혐기성 세균에 모두 항균력이 좋은 항생제입니다. 10여 년 전부터 사용되고 있는 이미페넴(imipenem)은 신장에서 가수분해된다는 점과 중추신경계에 부작용이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근래에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 메로페넴(meropenem) 등이 개발되어 있습니다.
베타락탐 분해효소를 비가역적으로 억제하는 클라블란산(clavulanic acid), 설박탐(sulbactam) 및 타조박탐(tazobactam )등 베타락탐 분해효소 억제제는 항균력은 거의 없지만 베타락탐 분해효소에 의하여 가수분해가 잘 되는 베타락탐 항생제와 병합된 약제로 상품화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암피실린/설박탐(Ampicillin/sulbactam), 아목시실린/클라불라네이트(Amoxicillin/clavulanate), 피페라실린/타조박탐(Piperacillin/tazobactam) 등이 있으며, 베타락탐 분해효소를 생성하는 균에 대하여 항균력이 매우 좋습니다.
아미노글리코사이드는 그람음성 세균의 외막에 있는 포린(porin)이라는 구멍단백 통로를 통하여 세포질 주위 공간으로 이동하며, 이후 능동적인 운반에 의하여 세포 내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세균 리보솜의 30S에 비가역적으로 결합하여 단백합성을 억제하여 살균작용을 나타냅니다. 아미노글리코사이드의 특징은 대부분의 그람음성균에 항균력이 좋지만 혐기성 세균에는 항균력이 없으며, 경구 투여시 위장관에서 거의 흡수되지 않고, 혈관-뇌 장벽을 잘 통과하지 못합니다. 신독성 및 이(耳)독성 등의 부작용이 잘 생기기 때문에, 특히 신기능이 저하된 환자에게는 혈중농도를 측정해 가면서 주의해서 투여해야 합니다.
1944년 스트렙토미세스 그리세우스(Streptomyces griseus)에서 스트렙토마이신(streptomycin)을 처음 추출하여 결핵환자의 치료에 사용하였으며, 과거 수십 년간 결핵치료의 1차 약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1957년 일본에서는 S. kanamyceticus로부터 카나마이신(kanamycin)을 추출하였으며, 카나마이신도 현재는 거의 결핵약으로만 사용되고 있습니다.
네오마이신(neomycin)은 항균력이 좋지만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전신 감염증에는 사용되지 못하고, 수술 전 또는 간성 혼수에 장내세균 감소를 목적으로 경구용으로 사용gk거나, 상처에 대하여 연고형태로 사용gkq니다.
1964년에는 겐타마이신(gentamicin)이 미크로모노스포라(Micromonospora)에서 추출되어 그람음성균 감염증 치료에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었는데, 이것이 실제적인 아미노글리코사이드 항생제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1971년에 만들어진 토브라마이신(tobramycin)은 겐타마이신 내성인 녹농균에 좋은 효과를 보이고, 신독성이 덜하다고 하지만, 내성균의 발현으로 현재는 겐타마이신과 거의 비슷한 항균력을 보입니다.
아미카신(amikacin)은 카나마이신의 반합성 유도체로, 아미노글리코사이드에 내성을 일으키는 플라스미드(plasmid) 매개 효소에 대해 안정성을 유지하기 때문에 겐타마이신 및 토브라마이신에 내성인 그람음성 막대균 치료에 효과적입니다.
시소마이신(sisomicin)과 네틸마이신(netilmicin)은 Micromonospora inyoensis로부터 얻어졌으며 항균영역은 겐타마이신이나 토브라마이신과 유사하지만 세균의 종류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아스트로마이신(astromicin)은 히로시마 토양에서 분리된 Micromonospora olivoasterspora로부터 만들어졌으며, 다른 아미노글리코사이드와 달리 신독성이 적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세파마이신(isepamicin)은 겐타마이신 B의 유도체로서, 아미노글리코사이드에 작용하는 여러 효소에 대하여 가장 안정적이기 때문에 다른 아미노글리코사이드에 내성인 균을 위하여 사용을 제한해야 합니다.
아베카신(arbekacin)은 카나마이신의 유도체로서 기존 아미노글리코사이드의 항균력과 유사하며, 일본에서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MRSA) 감염증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약제입니다.
마크로라이드란 “커다란 고리(large ring)”라는 뜻으로, 세균 리보솜의 50S와 결합하여 단백합성을 억제하므로 항균작용을 나타냅니다. 14각형, 15각형, 16각형의 고리 구조로 되어 있으며, 에리트로마이신(erythromycin), 아지트로마이신(azithromycin), 클래리트로마이신(clarithromycin) 등이 있습니다. 이것들은 항균작용에서 큰 차이가 없이 마이코플라즈마(Mycoplasma), 클라미디아(Chlamydia), 레지오넬라(Legionella), 캄필로박터(Campylobacter) 등의 세균에 좋은 항균효과를 보입니다.
그람양성균, 나이세리아균(Neisseria), 헤모필루스균(Hemophilus influenzae), 백일해균 및 혐기성 세균 등에서도 비슷한 항균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는 페니실린에 감수성이 있는 세균에도 항균력이 좋기 때문에 페니실린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이는 환자에게 페니실린 대신 투여할 수 있습니다.
에리트로마이신은 세균의 50S와 가역적 결합을 하여 펩티드 결합을 정지시키고 결국은 단백질의 합성을 억제하여 항균력을 나타냅니다. 특히 그람양성균에서는 그람음성 막대균보다 세포질 내에 약 100배 정도 높은 농도로 분포하므로 보다 강한 항균력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살균작용은 항생제가 고농도일 때, 세균 수가 적을 때, 빨리 성장할 때에 나타나고, 산도(pH)가 높아지면 에리트로마이신 자체가 염기이므로 비이온화된 항생제가 상대적으로 많아져서 세균을 잘 투과하여 항균력이 증가됩니다. 일반적으로 통상 용량으로 체내에서 도달할 수 있는 농도에서는 정균작용만을 나타냅니다.
클래리트로마이신은 헤모필루스균(H. influenzae)에 대한 항균력은 에리트로마이신의 절반 정도이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호기성균에 대해서는 같거나 2배 이상의 항균력을 보입니다. 이외에도 위궤양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나 미코박테리움 감염의 치료에도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1948년 Streptomyces aureofaciens에서 추출된 클로르테트라사이클린(chlortetracycline)이 처음 소개되면서 호기성 그람양성균 및 그람음성균, 혐기균, 리케치아, 마이코플라즈마, 클라미디아 등 여러 종류의 세균에 우수한 항균 효과를 보여 ‘광범위 항생제’로 알려지게 되었으며, 말라리아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1950년에 옥시테트라사이클린(oxytetracycline), 1952년에 테트라사이클린(tetracycline), 1957년에 디메틸클로르테트라사이클린(demethylchlortetracycline, demeclocycline), 1959년에는 메타사이클린(methacycline)이 개발되었으며, 1960년대에 들어 독시사이클린(doxycycline)과 미노사이클린(minocycline)이 개발되었습니다.
1953년 최초로 테트라사이클린에 내성을 갖는 세균이 확인된 이후 현재는 다양한 세균에서 내성이 증가하여, 이로 인해 과거에 사용되던 많은 감염증의 치료에서 테트라사이클린을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개발된 티게사이클린(tigecycline)은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MRSA), 반코마이신 내성 장알균(VRE), 페니실린 내성 폐렴알균(PRSP) 등의 내성 세균에도 항균력이 있는 글라이실사이클린(glycylcycline) 계열의 새로운 항생제입니다.
글리코펩티드계 항생제는 세균의 세포벽 생합성을 억제하여 작용하는 강력한 항생제로, 주로 그람양성균에만 작용하는 비교적 좁은 항균영역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반코마이신(vancomycin)과 타이코플라닌(teicoplanin)이 포함됩니다.
반코마이신은 보루네오섬의 토양에서 발견된 Streptomyces orientalis에서 얻었습니다. 1958년 처음 임상적으로 사용되었을 때에는 완전 정제가 어려워 부작용이 많았으며, 주로 페니실린에 내성이 있는 포도알균의 치료에 사용되었으나 부작용이 더 적은 메티실린이 등장하면서 그 사용이 급격히 감소되었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 말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MRSA)이 점차 증가하면서 반코마이신의 사용이 다시 증가하게 되었고, 또한 정제 기술의 발달로 부작용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이후 반코마이신은 중환자실 환자, 항암요법 후의 백혈구감소증 환자, 인공 관절 및 심장 판막수술을 시행한 환자들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타이코플라닌은 Actinoplanes teichomyceticus에서 추출된 항생제입니다. 반코마이신이 정맥주사만 가능한데 비해 타이코플라닌은 근육주사도 가능하고, 반코마이신의 부작용인 “red-man syndrome”도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또한 반감기가 반코마이신보다 길어 하루 한 번의 투여가 가능합니다. 항균범위는 반코마이신과 유사하지만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수년간 반코마이신은 거의 모든 그람양성 알균에 대하여 우수한 항균력을 유지하여 왔으나, 1986년 유럽에서 반코마이신에 내성을 보이는 장알균(VRE)이 처음 보고된 이후 최근까지 병원 내에서 VRE에 의한 집락/감염환자의 발생이 현저히 증가하였습니다. 국내에서도 병원 내에서 분리되는 장알균의 5-15%가 반코마이신에 내성균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VRE보다 병독성이 강한 반코마이신에 내성을 보이는 황색포도알균(VRSA)이 이미 보고되고 있고, 반코마이신의 무절제한 사용이 지속된다면 VRSA의 확산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린코마이신(Lincomycin)은 Streptomyces lincolnensis에서 분리되었으며, 항균력은 에리트로마이신과 흡사하지만 화학적 성상은 다릅니다. 실제 임상에서는 클린다마이신(Clindamycin)을 더 많이 사용하는데, 클린다마이신은 린코마이신의 구조를 변화시킨 것으로 위장관에서 흡수가 더 잘 되고 항균력이 더 강하고 부작용이 적습니다. 대부분의 혐기성 세균에 대해 항균력이 좋아서 심부 농양 등 혐기성 세균에 의한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퀴놀론은 합성 화합물이며, DNA gyrase라는 효소를 억제하여 DNA의 복제를 방해하므로 항균작용을 나타냅니다. 최초의 퀴놀론은 날리딕스산(nalidixic acid)로서 1962년에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chloroquine)을 정제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되었습니다. 이후 옥소리산(oxolinic acid)과 cinoxacin 등이 개발되었으나 날리딕스산(nalidixic acid)과 마찬가지로 작용 범위가 일부 그람음성균에만 국한되고, 심장독성 등의 부작용, 신속한 내성발현 등의 단점들이 많았기 때문에 비뇨기계 감염증 정도에만 일부 사용되었을 뿐 1970년대 말까지는 거의 잊혀져 가던 항생제였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서 이 약제들의 구조에 플루오린(fluorine ,F) 기와 피페라진(piperazine) 기를 붙임으로써 퀴놀론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F기를 부착함으로써 그람음성균에서 그람양성균까지 작용 범위를 넓히고, piperazine 기를 붙임으로써 녹농균에 대해서도 항균작용을 가지게 되었으며, 구세대의 퀴놀론에 비해 체내 흡수율이 향상되고 부작용도 줄어들어 오늘날 적지 않은 비중으로 쓰임새가 많아졌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종류의 퀴놀론은 F기를 부착하였다는 공통점에 의해 플로로퀴놀론(fluoroquinolone, FQ)으로 부릅니다.
최근에는 그람음성균 외에도 그람양성균, 특히 최근 문제가 되는 페니실린 내성 폐렴알균(PRSP)에 대한 항균력이 강력한 약제들이 개발되었습니다. 이 약제들로는 moxifloxacin, gatifloxacin, gemifloxacin 등이 있습니다. 퀴놀론계 항생제는 기존의 항생제와 구조식이 달라 내성균의 발현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예상과는 달리 내성균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chloramphenicol, sulfa제 및 trimethoprim, polymyxin, bacitracin, mupirocin, fusidic acid, streptogramin, oxazolidinone 등 다양한 항생제가 과거로부터 또는 최근에 개발되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다양성으로 인해 이제는 각 항생제의 약동학적 특성과 항균 범위, 항균 기전 등을 고려한 맞춤형 처방이 요구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