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은 우리말로 “콩팥”이라고도 불리며, 좌우 양쪽에 하나씩 존재합니다.
신장은 혈액 속의 노폐물을 걸러내어 소변으로 배출시키고 혈액 속의 전해질 농도를 조절하거나 혈압을 조절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신동맥을 통해 신장 속으로 들어온 혈액은 가는 모세혈관 다발인 사구체를 지나면서 물과 전해질, 그리고 각종 노폐물 등이 여과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여과액은 세뇨관을 지나면서 전해질 등이 흡수 및 재분비된 후 신우로 흘러들어가 최종 소변이 되며, 신우에 모인 소변은 요로를 거쳐 방광에 저장되었다가 요도를 따라 몸 밖으로 배출됩니다.
만성 신부전증이란 신장의 기능이 오랜 시간에 걸쳐 저하된 상태, 다시 말해 신장이 제 기능을 못하여 다양한 전신적인 문제를 발생시키는 상태를 말합니다.
신장의 기능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정상의 35~50%까지 감소하더라도 별다른 전신증상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그러나 신장의 기능이 노폐물의 배설과 전해질 농도 조절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기능조차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나빠지면 만성 신부전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만성 신부전이 더 진행되어 신대체 요법(혈액투석이나 복막투석 )을 하여야 할 상태를 말기신장질환이라고 합니다.
혈액투석은 우리 몸의 피를 일부 뽑아 그 속의 찌꺼기만 걸러서 버리고, 깨끗해진 피를 다시 몸 속에 집어넣어 주는 것을 뜻합니다.
당뇨병, 고혈압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콩팥 기능이 점점 나빠져서 마침내 제 기능을 못하게 되면, 오줌으로 나가야 할 노폐물이 우리 몸에 쌓이게 됩니다.
이런 환자는 기운이 없고, 쉽게 피곤하고, 밥맛이 없으며, 토하기도 합니다. 또한 심장 기능과 혈관 기능도 점점 나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상처가 잘 낫지 않으며, 피가 잘 멎지 않기도 합니다. 성격이 변하기도 하고, 의식을 잃기도 합니다. 우리 몸의 균형이 깨지면서 심장 마비나 심부전이 오기도 합니다. 따라서 콩팥 대신 일을 해주는 인공 콩팥이 필요한데, 혈액투석은 이러한 인공 콩팥의 하나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피를 일부 빼서 기계(투석막)로 거른 후, 깨끗해진 피를 다시 몸 안으로 돌려보내야 합니다. 병든 콩팥을 대신해서 기계로 피를 깨끗하게 거르는 치료방법이 바로 혈액투석입니다.
이제 혈액투석을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한 생명줄인 “혈관 접근로”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혈액투석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제일 먼저 “혈관 접근로”를 만들어야 합니다.
혈액투석을 하려면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피가 빠져나갔다가 다시 들어올 수 있어야 하는데, 보통 피검사를 할 때 찌르는 정맥은 압력이 낮아서 충분한 혈류를 확보할 수 없습니다. 동맥은 압력은 충분하지만, 너무 깊이 있어서 투석을 할 때마다 동맥을 찌르기도 어렵고, 지혈을 오래 해야 하는 등의 문제 때문에 적당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찌르기 쉬우면서도 혈류가 충분한 혈관을 확보해야 하며, 이를 혈관 접근로라 말하는데, 혈액투석 환자에게는 생명줄과 같습니다.
가장 좋은 혈관접근로는 동정맥루입니다. 팔의 동맥과 정맥을 연결해 놓는 수술을 하면, 정맥이 동맥의 압력을 바로 받으면서 혈관벽도 두꺼워지고 혈류도 빨라집니다.
동정맥루 수술은 혈관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외과의사가 국소 마취를 하고 피부를 절개하여 동맥과 정맥을 연결합니다. 의료기관에 따라 입원하지 않고 외래에서 바로 수술하거나 또는 1박 2일 입원하여 수술을 받을 수 있습니다.
수술을 하기 전에는 혈관 상태를 정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혈관의 상태를 진찰하고, 필요에 따라서 도플러 초음파나 방사선 조영술을 이용하여 혈관 촬영을 하기도 합니다. 특히 당뇨병이 있거나 동맥경화증이 심한 환자는 혈관 촬영을 해서 가장 좋은 혈관을 선택한 뒤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술은 약 30분-1시간이 소요되고, 동정맥루가 잘 만들어지면 수술 직후부터 혈관을 따라서 “쉬익 쉬익”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보통 2주째에 실밥을 뽑습니다. 수술 후에 부기가 가라앉고 통증이 없어지면 바로 가벼운 고무공을 꽉 쥐었다 펴는 운동(1시간에 5분 정도 반복)을 시작합니다. 운동을 하면 동정맥루 쪽으로 피가 많이 가서 혈관이 빨리 자라도록 도와줍니다. 혈관이 약한 환자는 수술 전부터 손운동을 하면 더 좋습니다.
동정맥루는 보통 2~3달 뒤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수술 후 1달이 지나도 정맥이 잘 자라지 않으면 동정맥루가 잘 형성되지 않은 것입니다. 이럴 때는 혈관 검사를 해서 좁아져 있는 혈관을 넓혀서 다시 자라기를 기대해 보기도 하고, 재수술을 하기도 합니다. 만약 동맥의 흐름이 좋지 않다면, 동정맥루 수술을 한 후 손으로 가는 동맥피가 모자라서 저린 증상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혈관이 너무 가늘거나 좁아져 있으면 동정맥루 수술을 해도 잘 자라지 않기 때문에 인조혈관을 적당한 동맥과 정맥에 연결하여, 투석할 때마다 인조혈관을 찔러서 사용합니다. 수술은 동정맥루 수술과 거의 비슷합니다. 인조혈관이므로 수술한 부위의 부기가 좋아지면 2주 후부터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조혈관은 일종의 이물질이기 때문에 균이 들어가서 감염될 확률, 혈관이 막힐 확률이 동정맥루보다 높은 단점이 있습니다.
인조혈관 수술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반영구도관(펌캐쓰)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국소 마취를 하고, 목으로 지나가는 큰 정맥에 굵고 긴 도관을 집어넣습니다. 관은 2개의 통로가 있어서 한쪽으로는 피를 뽑고, 한쪽으로는 피를 넣어 줍니다. 시술 직후부터 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몸 밖으로 관이 항상 나와 있어서 불편하고 균이 잘 들어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출구 부위를 항상 청결히 유지해야 하고, 물이 닿으면 안 됩니다. 관이 막히기도 합니다. 또, 관을 오래 끼워놓으면 환자의 중심 정맥이 막힐 수도 있습니다.
콩팥 기능이 30% 이하로 감소할 때부터는 혈액투석을 위해 자기 혈관이 망가지지 않도록 다음과 같은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혈액투석 치료가 필요하게 되리라 예상하는 시점보다 몇 달 전에 혈관 접근로를 준비해야 하는 이유가, 동정맥루가 튼튼하게 자랄 수 있는 충분한 여유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병원을 불규칙하게 다니는 경우, 혈관 접근로 준비를 거부했던 경우, 또는 콩팥이 예상보다 갑자기 나빠진 경우(급성신부전), 또는 증상이 없어서 모르고 지내다가 갑자기 요독증이 발생한 경우에는 응급으로 혈액투석을 해야 합니다. 이때는 동정맥루나 인조혈관을 만들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습니다.
반영구도관과 비슷하게 생긴 임시 도관을 목이나 사타구니에 있는 굵은 정맥혈관에 넣은 후 바로 사용합니다. 임시도관은 그야말로 임시방편이며, 응급 상황을 넘기고 난 후 혈액투석을 지속하기로 결정한다면 동정맥루, 인조혈관, 반영구도관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