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수면은 렘(rapid eye movement: REM)수면과 비렘(non-rapid eye movement: NREM)수면으로 나뉘게 됩니다. 정상 성인의 밤 수면은 4~6회의 주기가 반복됩니다. 일반적으로 수면은 비렘(NREM)수면으로 시작하며 점점 깊은 수면단계로 들어갑니다. 수면시작 후 80~100분에 첫 번째 비렘수면이 나타나고, 그 후로는 렘수면과 비렘수면이 약 90분을 주기로 반복됩니다.
기면증(narcolepsy)은 렘수면의 이상과 관련된 질환으로 주간 과다 졸림증(excessive daytime sleepiness, EDS)을 주 증상으로 하는 복잡한 신경계 질환입니다. 주간 과다 졸림증과 함께 수면각성주기가 교란되고, 렘수면의 혼란으로 유발되는 증상들이 동반되는데, 크게 웃거나 화를 내는 등 감정 자극이 있을 때 몸의 힘이 갑자기 빠지는 허탈발작(cataplexy), 잠에 들거나 깰 때 정신은 깨어 있는데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수면마비(가위눌림, sleep paralysis), 잠에 들거나 잠에서 깰 때 꿈이 현실로 이행되어 보이는 입면기/줄면기 환각(hypnagogic/hypnopompic hallucination)이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기면증의 유병율은 대략 2000명당 1명 정도이며 부모가 기면증이 있는 경우 자녀가 이환될 확률이 1-2% 정도로 높아집니다. 남녀에게 비슷하게 발병하고, 발병률은 10대와 30대에 가장 높습니다.
혈액에 존재하는 사람 백혈구 항원 (HLA, human leukocyte antigen)과 기면증의 연관성이 알려져 있는데 HLA-DR, HLA DQB1*0602이 허탈발작이 있는 기면증 환자에서 높은 빈도로 발견됩니다. 또한 기면증 환자는 수면-각성의 조절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인 히포크레틴(hypocretin)의 농도가 저하되어 있으며 시상하부에 있는 히포크레틴 신경 세포의 감소가 관찰됩니다.
기면증의 특징적 증상은 다음 네 가지입니다.
밤에 충분한 수면을 취했음에도 갑자기 참을 수 없는 졸음이 오는 것을 수면발작(sleep attack)이라고 합니다. 수면발작은 수초에서 수분정도 지속되며 앉아있거나 지루한 상황에서 더 흔히 발생합니다. 수업이나 회의 중에 조는 것은 물론이고 심한 경우 말하다가 갑자기 졸음에 빠져들기도 하고, 운전 중에 참을 수 없는 졸음으로 교통사고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기면증 환자의 약 70%에게서 나타나는데 흔히 크게 웃거나 화를 낼 때 골격근의 힘이 갑자기 빠지는 현상입니다. 대게 수초에서 수분정도 지속되며 전체적으로 근육이 힘이 빠지면 쓰러질 수 있고 일부 근육의 힘이 빠질 때에는 무릎을 굽혀지거나 고개를 떨어뜨리거나 턱을 벌리는 정도의 증상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소위 가위 눌림이라고 불리는 현상으로 이것은 잠에 들거나 잠에서 깰 때 의식은 깨어 있는데 수의근이 잠시 마비되어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증상입니다. 기면증 환자의 약 2/3에서 나타나는 증상이나 기면증이 없는 건강한 사람에서도 보일 수 있습니다.
기면병 환자들은 잠에 들거나(hypnagogic) 잠에서 깰 때(hypnopompic) 환각을 느끼는데 잠을 깬 후에도 꿈이 지속되는 것처럼 느껴져서 "각성 꿈(waking dreams)"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환시로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나 환청이나 환촉(觸)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 증상 역시 건강한 사람에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기면증에 특징적인 증상은 아닙니다.
그 외에 자동 행동 (automatic behavior) 이라고 하여 특정 행위를 하고 본인이 기억하지 못하는 증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른 수면 질환도 기면증에서 흔하게 나타날 수 있는데 주기성 사지 운동 (Periodic limb movements of sleep) 이라고 하여 수면 중 다리가 반복적으로 떨리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렘수면 중 과격한 행동을 보이는 렘수면행동장애 등도 종종 나타납니다.
임상적으로 기면증이 의심되면 다음의 검사를 시행하게 됩니다.
수면다원검사는 밤 수면 동안 뇌파와 호흡, 근육의 기능이 지속적으로 기록이 됩니다. 기면병 환자는 수면 시간이 감소되어 있으며 수면 잠복기가 줄어 급격히 잠이 들고 밤 동안 종종 깨기도 합니다. 렘수면장애 및 주기성 사지 운동 등의 수면 이상이 관찰됩니다. 렘수면은 보통 수면 시작 후 90분 정도가 경과해야 나타나는데 기면증 환자는 매우 빨리 나타나는 것이 특징적이며 15분 이내에 나타나는 경우를 sleep-onset REM (SOREM) 이라고 하는데 기면증에 특징적인 소견입니다.
수면잠복기반복검사(MSLT)는 정상적으로 깨어 있는 낮 시간 동안 매 2시간 마다 반복하여 수면 잠복기와 SOREM 여부를 평가하는 검사로 기면증 진단에 가장 핵심적인 검사입니다. 수면다원검사 시행 후 다음날 오전부터 2시간 간격으로 20분씩 낮잠(nap)을 자도록 합니다. 5번의 평균 수면 잠복기가 8분 미만이면서 2회 이상 SOREM이 보이면 기면증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
만성적인 주간졸림증과 단순한 낮잠을 구별하는 선별검사로 Epworth 주간졸림증 척도가 있습니다. 이는 8개 질문 항목에 항목별 0~3점을 주어 합계로 0~24점까지 주게 되는데, 합계 점수가 10 이상이면, 주간졸림증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혈액 검사를 통해 HLA-DQB1*0602 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뇌척수액검사에서 hypocretin이 110pg/ml 이하로 측정될 경우 기면증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미국 수면 학회의 기면증 진단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최소 3개월 동안 매일 반복되는 주간 과다 졸림증 (EDS)
- 허탈발작(Cataplexy)의 분명한 병력이 있거나 (Narcolepsy with cataplexy)
없을 수 있음 (Narcolepsy without cataplexy)
-MSLT 검사에서 평균 수면 잠복기가 8분 미만이면서 SOREM이 2번 이상 관찰 혹은 CSF hypocretin 농도가 110pg/ml 이하로 측정
산정특례 진단기준
1. 주간 졸림증이 최소한 3개월 동안 지속되어야 함. 2. 수면잠복기반복검사(MSLT)나 뇌척수액의 히포크레틴-1(hypocretin-1) 농도를 측정하여 다음의 기준을 만족해야 함.
*진단기준 : 특수 생화학/면역학 검사, 도말/배양검사, 임상 진단 |
기면병은 증상이 진행하지는 않지만 한번 진단되면 거의 평생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기면병의 치료는 크게 약물요법, 교육, 지지와 행동변화로 구성됩니다.
흥분제 또는 각성을 촉진하는 약을 투여할 수 있습니다. 암페타민(amphetamine), 메틸페니데이트(methylphenidate) 등의 약물이 이에 속합니다. 각성촉진제인 모파피닐(프로비질, provigil? modafinil)은 효과면에서 과거에 사용하던 메틸페니데이트(methylphenidate) 등의 도파민계 약물과 유사하면서 내성과 의존성의 측면에서는 우수하여 일차적인 치료제로 사용되기 시작하였고 현재 국내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투약되는 약물입니다. 100-200mg 정도를 아침에 한번 혹은 아침, 점심에 각각 한번 씩 복용합니다.
허탈발작의 치료에는 우울증에 쓰이는 약제들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미피라민(imipramine)을 중심으로 한 삼환계 항우울제(TCA)가 가장 먼저 사용되었으나 입마름, 졸음, 인지저하 등의 항콜린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재 (SSRI, 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s)로는 플루오세틴(fluoxetine), 플루복사민(fluvoxamine) 등이 쓰이며 우울증에서보다는 고용량을 투약해야 합니다. 세로토닌 노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재 (SNRI, Serotonin-norepinephrine reuptake inhibitor)인 벤라팍신 (Venlafaxine)이 비교적 적은 용량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기면증의 치료제로 주목을 받는 약물에는 옥시베이트 나트륨(자이렘, Xyrem? sodium oxybate)이 있습니다. 옥시베이트 나트륨은 주간 과다 졸림증과 탈력발작 두 가지 증상에 모두 효과가 있는 약물로 미국의 경우 기면증의 일차적 치료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습니다. 탈력발작이 동반된 기면병에서 모다피닐(modafinil), 옥시베이트소디움(sodium oxybate), 벤라팍신(Venlafaxine) 등을 병용할 경우 치료효과가 더 좋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기면증의 치료에는 약물뿐만 아니라 일상행동의 변화도 필요합니다. 계획적인 낮잠은 기면증 환자의 주간졸음을 경감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됩니다. 아침에 기상한 후 5시간 간격으로 10~20분 정도의 낮잠을 자는 것을 권장합니다. 식이요법으로는 많은 양의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기면증상이 나빠지므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