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발성 무감마글로불린혈증은 항체인 면역글로불린이 부족한 것이 특징인 유전성 면역결핍 질환입니다. B 림프구에서 생산되어 전신을 순환하는 항체는 면역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면역 단백질로 세균, 바이러스 등의 신체를 위협하는 여러 가지 외부 물질을 공격합니다. 무감마글로불린혈증 환자의 경우 B 림프구가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여 면역글로불린을 생성하지 못합니다. 종종 원발성 무감마글로불린혈증에서 B 림프구와 T 림프구 둘 다 정상적인 기능을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B 림프구는 세균과 바이러스 등의 외부 침입 물질을 인식하고 찾아내는 세포로 주로 항원 항체 반응에 관여하는 체액성 면역반응을 담당하며, T 림프구는 “살해세포”라고도 불리며 세균과 바이러스를 직접 공격하여 세포성 면역반응을 담당합니다. B 세포와 T 세포는 서로 상호 보완적으로 도우며 면역반응을 담당합니다.
① X 연관 무감마글로불린혈증(X-linked Agammaglobulinemia)
② 성장호르몬 결핍을 동반한 X 연관 무감마글로불린혈증 (X-linked Agammaglobulinemia with growth hormone
deficiency)
③ 상염색체 열성 무감마글로불린혈증 (Autosomal recessive Agammaglobulinemia)
원발성 무감마글로불린혈증은 여성에게 생기는 경우도 간혹 있으나 주로 남성에게 생기며, 약 25만 명당 1명의 비율로 발생합니다.
X 연관 무감마글로불린혈증은 X-연관 열성 유전으로 유전되며, 이는 Xq21.3-Xq22 에 존재하는 부루톤 타이로신 키나제(Bruton tyrosine kinase)의 돌연변이로 인하여 B 림프구의 정상적인 분화 과정이 억제되어 발생하게 됩니다.
남성은 XY, 여성은 XX의 1쌍의 성염색체를 가집니다. X 연관 유전은 X 염색체에 존재하는 유전자의 단일 돌연변이에 의하여 발생합니다. 남자는 X 염색체가 하나이므로, 질환 인자를 가진 X 염색체를 가지게 되면 반드시 질병이 나타납니다.
일반적으로 남자에게 질병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부모 중 어머니가 질병 인자를 포함한 X 염색체를 가진 보인자라면 50%의 아들에게서 질환이 나타나며, 딸의 50%도 보인자가 됩니다. 반면 아버지가 질병 인자를 지닌 X 염색체를 가진 경우 아버지는 그 질환의 증상을 보이며, 이 남성의 딸은 모두 보인자가 되고, 아들은 모두 정상입니다.
일부 원발성 무감마글로불린혈증은 상염색체 열성으로 유전되는데 상염색체 열성 유전의 원발성 무감마글로불린혈증은 X 연관 무감마글로불린혈증의 보인자인 여성과 남매 관계인 경우가 많습니다.
상염색체 열성 유전질환은 각각의 부모로부터 질병 유전자를 하나씩 물려받았을 때 생깁니다. 만일 개인이 하나의 정상 유전자와 하나의 질환 유전자를 받았다면 그 사람은 그 질환의 보인자(Carrier)가 되나 질병의 증상은 대개 나타나지 않습니다. 부모가 모두 보인자일 경우 아이에게 질병이 유전될 확률은 25%이며 그 아이가 부모처럼 보인자가 될 확률은 50%, 아이가 정상 유전자만 물려받아 유전적으로 정상일 확률은 25%입니다. 이 확률은 남녀 모두 동일합니다.
원발성 무감마글로불린혈증의 주 증상은 B 림프구와 T 림프구의 결핍으로 면역반응이 제대로 되지 않아 세균 감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입니다.
장염 바이러스(Enteroviruses)나 회색질척수염 바이러스(Poliomyelitis Virus)는 원발성 무감마글로불린혈증을 앓고 있는 환아들에서 패혈증과 같은 심각한 감염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마이코플라즈마(Mycoplasma)에 의한 감염은 아동들에게 관절 부종과 통증을 동반한 심한 관절염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폐렴 구균, 연쇄상 구균, 포도상 구균은 환아들에게 반복 감염의 주요 원인균이며, 가끔 녹농균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람의 대변이나 호흡기에 많은 에코바이러스(Echovirus)는 피부근육염을 일으킬 수 있는데 증상으로는 주로 어깨와 골반 근육 허약, 연하곤란을 보이며, 피부에 붉은 반점이 눈 주변과 손가락 마디, 팔꿈치 주변에 생기고 종종 발목과 무릎에도 생깁니다.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Hemophilus Influenza)는 가장 일반적인 화농성 감염의 원인균으로 X 연관 원발성 무감마글로불린혈증 환자들에게서 자주 감염증을 일으킵니다. 람블편모충(Giardia Lamblia)과 같은 원충은 원발성 무감마글로불린혈증 환자들의 장에 침범해 염증과 설사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원발성 무감마글로불린혈증에서는 자가면역질환이 자주 나타납니다.
X-연관 원발성 면역글로불린혈증(X-linked Agammaglobulinemia)은 부루톤 무감마글로불린혈증(Bruton Agammaglobulinemia)이라고도 알려져 있으며 남성에게 주로 발병합니다. 이 질환의 임상 양상으로 면역글로불린인 IgA, IgG, IgM의 수치가 현저하게 낮아지는데, 이렇게 면역글로불린이 감소하게 되면 호중구가 미생물을 공격하는 기능에 영향을 미쳐 감염에 취약하게 됩니다.
이는 호중구가 미생물을 파괴하는 과정에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항체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침입한 미생물은 면역 체계를 거치면서 면역글로불린에 의해 포식되기 쉽도록 하는 과정을 거친 후 호중구에 의해 파괴됩니다. 원발성 무감마글로불린혈증 환아들의 호중구는 계속해서 낮게 유지될 수 도 있지만, 주기적으로 증가와 감소를 반복할 수도 있습니다.
B 림프구의 수가 심하게 낮으며 편도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증상은 생후 6-9개월 경부터 시작되는데, 그 이유는 선천적으로 물려받은 면역글로불린이 생후 6-9개월 무렵에 다 소모되기 때문입니다. 환아들은 피부감염이 반복적으로 생기고 그 자리에 고름이 찹니다. X 연관 원발성 면역글로불린혈증의 감염은 주로 세균에 의해 생기나 바이러스나 기생충에 의해서도 생기며, 피부뿐 아니라 중이(middle ear)와 호흡기계에도 생깁니다.
가족력이 있는 원발성 무감마글로불린혈증은 여성에게도 생길 수 있는데 이 경우는 상염색체 유전으로 생긴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 질환은 면역글로불린의 심각한 감소와 함께 면역력의 결여로 세균 감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질환으로, 환자에게 나타나는 증상을 바탕으로 정밀한 진단 검사와 전문의의 철저한 신체 검사, 질병력에 대한 조사를 종합하여 진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혈액을 통해 면역글로불린의 심각한 감소를 알아볼 수 있으며, 또한 B 세포와 T 세포에 대한 검사를 해보면 B 세포가 미성숙하여 제 기능을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원발성 무감마글로불린혈증에서는 저하된 면역력으로 인해 감염증이 빈발하므로 표면적으로 보이지 않는 감염증의 진단을 위해 영상 촬영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호흡기계에 감염이 가장 많이 생기므로 정기적인 흉부 방사선 촬영과 폐기능 검사를 하여 폐의 손상 정도를 관찰하는 것이 좋습니다.
근본적인 치료는 현재로서는 어려우며, 면역글로불린의 결핍에 의한 면역력 감소로 빈발하는 감염을 예방하고, 합병증으로 비가역적인 손상이 발생하기 전에 신속하게 감염증을 치료하는 것이 원발성 무감마글로불린혈증의 치료 목표입니다.
혈액에서 분리한 면역글로불린을 정맥으로 주입하는 것이 원발성 무감마글로불린혈증의 표준 치료법입니다. 적절한 투여량은 전문의의 결정에 따라야 하지만, 적어도 몸무게의 kg당 400mg을 매월 주입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면역글로불린을 공급하기 위해 신선 동결 혈장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 치료는 분류 불능형 면역 결핍증이나 X 연관 무감마글로불린혈증에서 공통적인 일차 치료법으로 이용됩니다.
원발성 무감마글로불린혈증 환자들에게 세균성 감염이 생기면 항생제를 처방합니다. 필요하다면 예방적으로 항생제를 사용할 수도 있다. 비장이 커져있어 어딘가에 심하게 부딪히면 비장이 파괴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격렬한 운동은 피해야 합니다.
전문의들은 면역기능이 심하게 저하된 사람들에게 생과일이나 야채 주스를 피하고 멸균된 음식을 섭취하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멸균되지 않은 주스들은 세균을 포함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고 이 세균이 면역이 억제된 환자들에게서 감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발성 무감마글로불린혈증의 가족과 환자를 위해 유전상담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형제 중 X-연관 무감마글로불린혈증이 있는 아기들이 이 질병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산전 진단을 위한 검사법이 개발 중입니다. 이 산전 감사법이 널리 이용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추가적인 치료로는 증상의 완화를 목표로 하는 대증요법(Symptomatic treatment)과 각종 부작용과 합병증을 조절하고 완화시키기 위해 지지요법(Supportive therapy)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최근 유전자 치료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