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페르길루스증은 아스페르길루스라는 진균에 의한 감염 질병입니다. 환경 중에 존재하는 아스페르길루스의 분생홀씨가 호흡 과정을 통해 신체 내로 들어와 감염되므로 폐와 부비동이 주로 침범되는 장기가 됩니다. 아스페르길루스는 일상적인 환경에 항상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에게 수시로 노출되는 흔한 곰팡이지만, 대다수의 건강한 사람은 인체의 방어 면역력으로 인해 질병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면역 기능에 문제가 있는 면역 저하 환자들에게서는 아스페르길루스에 의한 감염성 질병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아스페르길루스에 의해 생기는 질병들은 질병이 발생하는 원리에 따라 다음의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폐로 유입된 아스페르길루스가 유입된 경로에 있는 호흡기 계통의 장기에 직접적인 조직의 감염을 일으키는 질병입니다. 폐를 침범하회 경우가 가장 흔하며 그 다음 빈도로 부비동이 침범됩니다.
과거에 결핵 등의 질병으로 인해 손상된 폐 조직의 빈 공간(공동) 안에서 아스페르길루스가 자리 잡고 증식하여 발생하는 종괴 형태의 병변입니다. 조직을 파괴하는 침습성 병변이 아니므로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객혈 등의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별도의 치료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발열과 호흡기 계통의 증상이 발생하는 것은 침습성 폐 아스페르길루스증과 유사합니다. 그러나 진균 감염으로 인한 직접적인 조직의 감염 때문이 아니라, 진균에 대한 과민반응으로 인해 생기는 알레르기성 폐질환이며 흉부 영상 소견도 침습성 폐 아스페르길루스증 때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폐를 침범한 경우 발열과 오한 같은 전신적인 염증 반응 증상과 더불어 기침과 객담, 호흡 곤란 등의 호흡기계 증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객혈이 동반될 수 있으며, 병변이 흉곽에 가까운 경우 통증을 느낄 수 있습니다. 때로는 흉수가 고이거나 기흉 현상이 생겨 그로 인한 호흡 곤란이나 통증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비강과 부비동 같은 상부 호흡기계를 침범하면 코막힘이나 안면부 통증, 피부색 변화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부비동 주위 조직을 더 깊숙이 침범하게 되면 안면부 감각이나 시력의 이상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침습성 아스페르길루스증은 면역력이 정상적인 사람에게는 드물고, 항암 화학 치료를 받는 혈액암 환자나 장기 이식 후 면역 억제제 치료를 받는 환자 등 전형적인 의미의 면역 저하자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아스페르길루스종 또는 곰팡이 덩이(Fungus ball)라고도 불립니다. 폐 안의 공동(空洞)내에 아스페르길루스 곰팡이가 증식하여 모여 생긴 집락이 형성된 경우입니다. 이러한 공동(cavity)은 대표적으로 폐결핵 같은 질병을 심하게 앓았던 환자에게 존재하는데, 아스페르길루스종은 이런 비어 있는 공간에 자리 잡은 진균 덩어리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많은 경우 오랜 기간에 걸쳐 증상을 유발하지 않지만 때로 출혈이 생겨 객혈 증상으로 발현될 수 있습니다.
아스페르길루스에 대한 과민 면역 반응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으로 대개 스테로이드 의존성 기관지 천식을 갖고 있는 환자에 발생합니다. 주된 임상 증상은 기침과 객담(얼룩덜룩한 불순물이 섞여 있는 것이 특징), 호흡곤란, 전신무력감, 지속적인 발열과 오한 등입니다. 질병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 만성적인 기관지확장증의 경과를 보이기도 합니다.
아스페르길루스속의 진균이 원인입니다. Aspergullus fumigatus가 가장 흔한 원인 균종이나 그 외에도 A. flavus, A. niger, A. terreus, A. nidulans 등도 원인이 됩니다. 이 진균의 포자는 냉장고, 건축물, 내연성 건축 재료 등에서도 발견되며 상한 야채, 곡식, 풀, 나뭇잎, 토양, 습기찬 페인트, 공기 청정기에도 존재합니다. 사람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진균의 분생 홀씨(conidia)를 흡인해서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침습성 아스페르길루스증은 치료가 늦어질 경우 치명적인 경과가 야기될 수 있는 질병이므로 신속하고 신뢰성 있는 진단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에서 일반적인 항균제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폐렴의 경우라면 침습성 폐 아스페르길루스증을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침습성 아스페르길루스증이 의심되면 철저한 병력 조사 및 세밀한 진찰과 더불어 영상 검사와 혈액 항원 검사를 시행해야 합니다. 전산화 단층 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 촬영(MRI)같은 영상 검사가 진단에 보조적인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객담 검체로 진균 배양을 시행하게 되지만, 객담 배양 양성 결과만으로 침습성 질병의 존재를 증명할 수는 없습니다. 가장 정확한 진단은 폐나 부비동의 병변에 대한 조직 검사결과입니다. 조직 생검을 통해 얻어진 검체로 특징적인 병리 소견과 사상형 진균의 존재를 확인하고 및 진균 배양을 시행하여 아스페르길루스를 분리 동정하여 확진을 합니다. 백혈병과 같은 백혈구, 혈소판이 많이 감소되어 있는 환자에서는 조직검사 같은 침습적 검사를 시행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혈액 항원 검사와 CT 소견만으로 진단하고 경험적인 항진균 치료를 시행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아스페르길루스종의 경우는 대개 흉부 엑스선 촬영이나 전산화 단층 촬영 같은 영상 검사상의 특징으로 진단합니다. 공동 안에 자리 잡은 둥근 종괴 형태로 보입니다.
임상 증상, 영상 검사 소견, 혈중 호산구 증가, 아스페르길루스 항원 피부 반응 검사(Aspergillus antigen skin test), 아스페르길루스 침전 검사, 혈중 특이 항체(Aspergillus specific IgE, IgG) 검사 등의 결과를 종합하여 진단을 내리게 됩니다.
항진균제 치료가 근간이 되지만 수술적 절제가 필요한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항진균제 중 아스페르길루스증에 효과가 좋은 선택 약제로는 보리코나졸(Voriconazole)이 추천됩니다. 암포테리신 B(Amphotericin B)나 에키노칸딘(Echinocandin) 계열 약제도 대안적으로 사용됩니다. 감염부위의 특성상 항진균제 치료만으로 완치를 기대하기 어렵거나(특히 부비동 감염증이나 중추 신경계, 안구 감염증 같은 경우), 항진균제의 부작용이 심각하여 지속하기 어려운 경우, 또는 고강도의 항암치료 시행이 예정된 혈액암 환자와 같이 재발의 우려가 높은 경우에는 외과적 절제술을 시행합니다.
면역력이 정상인 환자에선 대개의 경우 치료가 필요 없습니다. 그러나 폐출혈(객혈)이 지혈(예: 혈관 시술 등) 되지 않는 경우와 같이 합병증이 동반되면 외과적 절제술을 시행합니다. 또 조혈모세포이식 예정자 등 심한 면역 억제 치료를 앞둔 특수한 환자의 경우 아스페르길루스 진균의 증식과 재활성화를 억제하기 위해 미리 수술적 제거를 시도하기도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과민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목적의 스테로이드 치료를 하면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항진균제인 이트라코나졸(Itraconazole)의 투여를 통해 증상이 개선되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http://www.rarediseases.org
http://en.wikipedia.org/wiki/Aspergillosis
대한감염학회. 감염학 2014. P.949-956